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224
글을 쓴다는 건 대단한 결심 같지만 실은 조용한 습관이다. 하루 중 1시간 세상이 조용해질 무렵이면 펜을 드는 사람. 그저 쓰는 사람이 결국엔 ‘작가’가 된다.
이 이야기는 유명 작가의 전기가 아니라 평범했던 누군가가 하루 1시간으로 작가가 되어간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닿을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다.
많은 작가들이 말한다. “나는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이 나를 만든다.”
매일 아침 또는 늦은 밤, 1시간의 글쓰기. 처음엔 조각난 생각들, 아무 말이나 써 내려가는 문장들이었다. 그러나 1시간은 거울이었다. 자신에게 말을 거는 시간, 조용히 질문하고 대답을 기다리는 시간. 글이 나의 마음이고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이었기에 쓸수록 나를 알게 되었다.
심리학자 제임스 페니베이커(James Pennebaker)의 연구에 따르면 정서적 글쓰기를 하루 30분씩 34일만 해도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자기 인식이 높아진다고 한다. 글을 쓰는 행위는 뇌와 마음을 정돈하는 심리적 회복의 과정이다. 하루 1시간은 그렇게 마음의 구조를 재조립해 나가는 시간이었다.
스티븐 킹은 하루에 무조건 4시간 이상 글을 썼다. 하지만 그의 시작은 병원 리넨실에서 청소를 하며 점심시간에 몰래 쓰던 짧은 글이었다. 한 시간의 끈기가 [캐리]라는 작품으로 연결되었고 그로부터 수십 권의 베스트셀러가 탄생했다. 그는 말했다.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매일 쓰는 사람."
무라카미 하루키도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 술집을 운영하던 바쁜 일상 속에서 매일 새벽 1~2시간을 떼어 글을 썼다. 그는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그렇게 완성했다. 하루 한 시간이 그의 세계를 바꿔놓았다.
마야 안젤루, 미국의 시인이자 사회운동가였던 그녀도 호텔 방 한쪽에서 매일 2~3시간씩 글을 썼다. 생계를 유지하며 틈을 내어 쓴 문장들은 인종과 성별을 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그녀의 하루도 글쓰기 1시간에서 시작되었다.
글은 빨리 써지지 않는다. 감정이 흐르지 않을 때도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1시간은 짧아서 멈출 수 없고 충분해서 나를 붙잡아준다. 이 작은 반복이 뇌에 리듬을 만든다. 신경학적으로 반복되는 집중은 ‘도파민 경로’를 자극해 몰입 상태를 강화하고 새로운 뉴런 연결을 형성한다. 이것은 창조력의 신경 회로다.
작가가 된다는 건 특별한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반복의 문제다. 그리고 반복은 1시간이면 충분하다. 중요한 건 매일 쓰는 것, 어떤 날은 3 문장밖에 못 쓰더라도 그 자리에 앉는 것 자체가 의미가 된다.
당신이 지금 글을 쓰고 있다면 이미 작가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글.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고 생각을 붙잡고 말이 되지 않던 마음에 문장을 입히는 시간. 그것이 하루의 1시간이라면 누구보다 ‘작가답게’ 살아가는 중이다.
사람은 쓰는 대로 바뀐다.
단어는 사고를 바꾸고 사고는 삶을 움직인다.
1시간은 종이에 적히는 시간이자 내면이 다시 쓰이는 시간이다.
하루, 1시간.
조용한 결심이 인생의 문장을 다시 썼다.
당신도 쓸 수 있다.
당신도 작가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