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를 자르는 사람

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205

by 은파랑




넥타이를 자르는 사람


넥타이는 보통 목에 맨다.


격식을 차릴 때

예의를 갖출 때

사회라는 질서 속에 나를 정의할 때


그러나 누군가는 그것을 자른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니 틀이 숨을 막히게 할 때


넥타이는 맬 수도 있지만 자를 수도 있다.

그것 하나만으로 세상은 조금 넓어진다.


피아노는 연주하는 악기다.

건반을 눌러 선율을 만들고 감정을 실어 노래한다.


그런데 백남준은 그것을 부쉈다.

손끝으로 연주하는 대신 망치로 울림을 내었다.

그리고 알게 된다.

예술은 소리를 아름답게 내는 것만 아니라

소리의 정의를 다시 묻는 용기에서도 태어난다는 것을


세상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이건 왜 이래야 해?”


그때, 누군가는 대답한다.

“원래 그런 거야.”


하지만 예술가는 다른 길을 택한다.

“꼭 그래야만 해?”라고 되묻는다.


세상의 자극에 모두 같은 방식으로 반응할 때

다르게 반응하는 사람은 튀는 존재가 된다.

때로는 비난받고 외면당한다.

이상하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다름’을 품고

누군가는 질문하고

누군가는 가능성을 본다.


때론 질타가

언젠가는 찬사가 된다.


남들이 넥타이를 맬 때 끈을 자를 수 있어야 한다.

남들이 피아노를 연주할 때 고요한 질서를 깰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예술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는 순간

단지 사는 것을 넘어서

살아있음을 증명하게 된다.


모든 사물은 익숙한 모습 너머에 또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넥타이도

피아노도

우리 자신도


얼굴을 알아보는 눈

얼굴을 꺼내는 용기

그로 인해 다시 태어나는 감정


그것이 인생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세상에 조금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면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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