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걷는 사람에게만 길을 내준다

by 은파랑




“길은 걷는 사람에게만 길을 내준다.”

- 정호승


어떤 길은 지도에 없고 어떤 길은 발자국 위에 생긴다. 정호승 시인의 문장은 그런 길에 대해 말한다. 길이란 본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걸어갈 때 비로소 생겨나는 것임을 그리고 멈춰 선 자에게는 길조차 허락되지 않음을 시인은 말하고 있다.


길이란 무엇인가

누군가 먼저 걸었던 발자국

혹은 누구도 가지 않은 풀밭 위 첫 발자국

누구나 자신만의 길을 찾고 싶다고 말하지만

많은 사람은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저앉는다.

하지만 길은 언제나

걷는 자의 발끝에서 피어난다.


멈춘 사람에게는 바람만 스친다.

하지만 걸어가는 사람에겐

바람조차도 동행이 된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길이 꺼져 있더라도

발을 내딛는 이에게 세상은 조용히 길을 열어 준다.

숲이 지나가는 이를 위해

나뭇잎을 갈라 햇살을 비춰주는 것처럼


두려움은 늘 앞에 있다.

하지만 그 두려움 앞에서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세상은 용기를 알아보고

아무도 몰랐던 길을 당신에게만 보여준다.


우리는 걷는 법을 잊을 때가 많다.

결과만 보려 하고

이미 깔린 길만 찾으려 한다.

하지만 진짜 길은

넘어진 자리에

흙 묻은 발자국 사이에

고요히 피어난다.


오늘도 묻는다.

지금 나는 걷고 있는가

아니면 길만 바라보고 있는가


길은

걷는 사람에게만 길을 내준다.

단순한 진리를 잊지 않기를

두 발로 걸어 나아가는 당신에게

세상은 조용히 속삭인다.


“이제, 너의 길이 시작되었다.”


은파랑




매거진의 이전글어둠이 마음을 지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