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초당 두부

바닷물이 빚은 순백의 온기

by 은파랑




강릉,

푸른 바다와 솔숲 사이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도시

그곳 초당마을엔

말없이 깊은 맛을 품은 흰 마음

초당 두부가 있다.


한 장의 바람 같고

한 조각의 안개 같으며

한 입의 미소 같은 그것은

소리도, 색도, 향도 조용하지만

먹고 나면 마음이 먼저 고요해지는 음식이다.


초당 두부는

콩과 바닷물로만 만든다.

간수가 아닌

동해의 맑고 짠 해수로 굳혀낸 두부


그래서 맛은

단단하지만 부드럽고

싱겁지만 구수하며

입에 넣는 순간 스르르 녹아

속을 말갛게 씻어낸다.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부들부들 연하고

젓가락 끝에 얹으면

바람이 머물다 가는 것처럼

흔들흔들 떤다.


초당 두부의 재료는 단순하다.

국산 콩, 동해 해수, 물

그러나 단순함이 바로

시간과 정성의 깊이를 말해준다.


콩을 하룻밤 불리고

맷돌에 갈아낸 후

비지를 걸러내고

짙은 콩물만을 모아

해수로 조심조심 굳혀낸다.


삶은 듯

지켜본 듯

기도하듯 만들어지는 이 두부는

자연이 빚어낸 작은 흰 시(詩) 같다.


초당 두부는

조선시대 문신 허균의 아버지, 허엽이

바닷물을 간수로 활용해 만들기 시작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그는 바다의 소금기와

콩의 담백함이 어우러진 두부를

몸이 약한 부인에게 권했고

부드러운 맛은 금세 입소문을 탔다.


그 이후로

초당마을은 두부 마을이 되었고

이윽고 강릉의 얼굴이 되었다.


그렇게 한 집 두 집

모래길 따라 솥을 걸고

두부를 빚고

온 동네가 하얗게 김을 피웠다.


초당 두부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보다

허전한 마음을 감싸주는 음식이다.


묵직한 맛 대신

조용하고 말간 맛

화려한 향 대신

은은한 바다의 입김이 느껴진다.


된장국에 띄워 먹으면

두부는 국물과 함께 사르르 녹고

부드러움은

오래된 시 한 줄처럼

가슴속에 천천히, 깊게 스며든다.


초당 두부 한 모 앞에 앉는 일은

자연과 시간을 먹는 일이다.

그리고 한 입 베어 물면

바닷물 속에 살던 고요가

몸 안에 천천히 번져온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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