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생각

eunparang

by 은파랑




당신 생각


곽재구 시인의 구절다.

“밥을 먹다가 바로 앞 당신 생각으로 밥알 몇 개를 흘렸답니다.”


짧은 문장이 일상의 소박한 순간 속에 스며든 사랑의 무게를 보여준다. 밥 먹는 시간조차도 온전히 ‘나’에게만 속하지 않고 ‘당신’을 향한 그리움과 생각으로 흩어진다. 흘린 밥알은 소소하지만 그만큼 마음이 흔들렸다는 표식이다.

사랑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일상의 가장 사소한 틈에서 불쑥 드러난다.


법정 스님이 어느 날 제자와 함께 밥을 먹다 “밥 한 톨에도 우주가 들어 있다”는 말을 전한 적이 있다. 곽재구 시인의 구절은 이와 닮았다. 한 톨의 밥알이 우주를 담듯 흘린 몇 알의 밥알에는 ‘그리움의 우주’가 담겨 있다.


영화 '러브레터' 속 여주인공이 떠올린 기억과 사소한 행동에조차 흔들리듯, 사랑은 그렇게 평범한 행위에 불현듯 스며든다.


밥상 위의 흰 쌀알은 마음이 흔들릴 때 떨어져 나오는 작은 별빛이었다. 숟가락을 들고도 당신을 떠올렸고 당신은 입안 온기보다 더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밥알 몇 개가 흘러내렸다는 사실, 사소함이 마음의 진실을 드러낸다. 사랑이란 거창한 약속이나 화려한 장면이 아니라 밥을 씹다 흘린 작은 조각에서 더 분명해진다.


흘린 밥알을 주워 담으며 문득 깨닫는다. 삶의 허공에 흩어져버린 작은 알맹이처럼 우리의 하루도 각자의 당신을 향해 흘러가고 있음을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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