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함께하는 사랑

eunparang

by 은파랑




웃음이 함께하는 사랑


“함께 있을 때 웃음이 나오지 않는 사람과는 진정한 사랑에 빠질 수 없다.” 아그네스 리플라이어의 어록이다.


서로의 곁에 앉아 있을 때 말보다 먼저 풀리는 것이 있다. 어깨의 경계, 이마의 주름, 심장의 경계선. 경계가 무너지는 자리에 먼저 도착하는 것이 웃음이다. 변명도 수식도 없이 ‘그래 너와 나는 지금 안전하다’고 알려주는 신호. 웃음이야말로 사랑의 가장 짧은 문장이다.


사랑은 무게가 아니라 중력의 재배치다.

같은 하루도 그 사람 옆이면 가벼워진다.

실수는 이야기로 바뀌고 어제의 상처는 농담의 가장자리에서 둥글어진다.


웃음은 삶의 날을 무디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날카롭게 그러나 다치지 않게 다루는 기술을 가르친다. 나를 상하게 하던 것들이 여전히 거기 있어도 우리는 그것을 함께 들어 올릴 힘을 얻는다. 가볍게 그러나 얕지 않게


웃음이 사라진 사랑은 의식이 된다.

안부가 심문으로 굳고 배려가 계산의 화면처럼 반짝인다.


그때 마음은 닫힌 서랍처럼 깊어지고 우리는 같은 방 안에서 서로를 잃는다. 사랑은 서로를 붙드는 일이 아니라 서로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손을 떼어주는 일임을 웃음이 먼저 알려준다.


이제야 안다.

함께 있는 동안 내 말이 더 좋아지고 내 침묵이 덜 무섭고 내 얼굴이 스스로 빛날 때 그때 웃음은 저절로 온다. 억지로 만든 미소가 아닌 기척도 없이 찾아와 공기의 문법을 바꾸는 웃음. 그 리듬을 함께 알아듣는 사람과만 사랑은 오래 선다.


그러니 선택한다.

비가 와도 우산을 함께 미는 쪽

낮은 목소리로도 세계가 다시 들리는 쪽

먼저 웃음이 도착하는 쪽


그곳에서 사랑은 다짐이 아니라 습관이 되고

둔중한 날들의 무게는 조금씩 가벼워진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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