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관계는 ‘기대치’보다 ‘여유’로 굴러간다

by 은파랑




#23. 관계는 ‘기대치’보다 ‘여유’로 굴러간다


관계가 힘들어지는 순간 대부분은

서로가 가진 기대치가 어긋날 때다.

나는 이 정도를 바라는데

상대는 그만큼 할 마음이 없고

상대는 더 많은 이해를 원하지만

나는 그만큼 여유가 없을 때.

틈에서 서운함이 자라고

오해가 쉽게 생긴다.


기대치는 늘 마음을 긴장하게 만든다.

나도 모르게 상대를 재게 되고

받은 것보다 주지 않은 것을 먼저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비교 속에서

관계는 조금씩 버겁고 무거워진다.


하지만 ‘여유’를 기준으로 두면

관계는 한결 부드러워진다.

여유는

“상대가 지금 어떤 상황일까?”를 먼저 떠올리는 마음,

“이 정도면 충분하다”를 스스로 결정하는 여유,

조금은 느슨하게 보고

조금은 더 길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다.


기대치가 앞서는 관계는

늘 계산이 따라다닌다.

내가 얼마나 줬는지,

상대가 얼마나 받았는지,

이 정도면 균형이 맞는지.

계산이 쌓이면

관계의 따뜻함은 사라져 버린다.


반면 여유가 있는 관계는

불완전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흠이 있어도 괜찮고,

오늘 조금 부족해도 괜찮고,

굳이 말로 다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을 이해받는 느낌이 든다.


여유는 상대에게 기대를 거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나오는 선택이다.

서운함이 올라올 때 잠시 멈출 수 있는 힘,

상대의 실수를 빠르게 용해할 수 있는 온도,

내 기준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가벼운 마음이다.


여유를 가진 사람 옆에서는

사람들이 편안해진다.

편안함 속에서

말도 부드러워지고,

행동도 자연스러워지고,

관계는 억지로 유지되지 않고

흘러가며 이어진다.


결국 관계를 오래 가게 하는 건

높은 기대치가 아니라

작은 여유다.

여유 한 스푼이

서로의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은파랑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22화인정해 주는 사람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