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말을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언제 말해야 하는지 아는 감각이다.
특히 ‘미안함’과 ‘고마움’은
타이밍이 맞을 때 비로소 마음에 닿는다.
미안함은
늦게 말할수록 무게가 커진다.
상대는 이미 그 순간을 지나갔는데
뒤늦은 사과는
그때의 시간을 다시 끄집어내게 만든다.
그래서 미안함은
가능한 한 빠를수록 부드럽다.
반대로
성급한 사과도 마음을 닫게 한다.
충분히 듣지도, 이해하지도 않은 채
미안하다 말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다는 신호처럼 보일 때가 있다.
미안함은
상대의 감정이 멈출 만큼의 ‘여유’를 가진 뒤
조용하게 건네야 한다.
고마움의 타이밍은 반대다.
고마움은 빠를수록 좋고
과할수록 따뜻하다.
상대는 내가 느낀 온도를
그 순간 바로 확인할 때
비로소 마음에 따뜻하게 저장한다.
“고맙다”는 말은
작을수록 자주 건네는 것이 좋다.
하지만 고마움도
가볍게만 건네면 공기가 된다.
받은 마음을 제대로 느끼고
의미를 곰곰이 되새긴 뒤 전하는 고마움은
상대에게 오래 남는다.
따뜻함은 온도뿐 아니라
두께가 있기 때문이다.
미안함과 고마움 모두
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말이다.
하나는 마음을 낮추고
다른 하나는 마음을 채운다.
두 가지가 자연스럽게 흐를 때
관계는 편안하고 오래간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타이밍을 맞추려는 ‘노력’보다
상대를 향한 진심의 방향이다.
마음이 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으면
단어는 조금 서툴러도
진심이 먼저 도착한다.
미안함은 관계를 가볍게 하고
고마움은 관계를 따뜻하게 한다.
두 가지가 제때 흐르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놓치지 않는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