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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덜 주는 말의 온도

by 은파랑




#20. 상처를 덜 주는 말의 온도


말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닿는 순간

온도가 된다.

따뜻하게 스며드는 말이 있는가 하면

순간적으로 마음을 찌르는 말도 있다.


상처는 종종

의도와 상관없이 생긴다.

좋은 마음으로 한 말도

시기와 표현이 맞지 않으면

차갑게 느껴지고

가볍게 던진 말도

상대에게는 오래 남을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건

화려한 말솜씨가 아니라

말의 온도를 조절하는 감각이다.


상처를 덜 주는 말은

무조건 부드러운 말이 아니다.

대신, 상대의 마음의 상태를 읽으려는 시도,

시도로 인해 생겨나는 조심스러운 호흡이

말의 온도를 조정한다.


예를 들어

조언이 필요한 순간에도

조언보다 먼저 상대의 마음을 듣고

칭찬을 할 때에도

상대가 편안히 받을 수 있는 여유를 살피며

불만을 말해야 할 때에도

감정의 열기를 낮춘 뒤에 표현하는 것이다.


말의 온도는

단어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말의 속도,

한 박자 쉬어가는 침묵,

표정과 목소리의 기울기,

그리고 뒤에 깔린 마음의 방향이

온도를 만든다.


상처를 덜 주는 사람은

말을 적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투박한 문장이라도

진심이 흐트러지지 않게 담고

상대의 자존을 해치지 않기 위해

표현을 다듬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말이 상대에게 어떤 감정으로 도착할까?”

질문을 마음에 품는 태도다.

질문 하나가

말의 온도를 한층 낮추고

관계를 훨씬 부드럽게 만든다.


결국

상처를 덜 주는 말은

관계를 지키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는 방식이다.

방식이 익으면

우리의 말은 어느새

온기를 지닌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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