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청국장

강한 향, 깊은 위로

by 은파랑


청주의 공기는 유난히 깊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이 이곳에서는 냄새로 먼저 다가온다. 장독대 사이를 스치는 바람은 오래 묵은 발효의 숨결이다. 이 도시의 음식은 기다림으로 완성된다. 서두르지 않고 스스로 변해가는 시간을 지켜보는 것, 인내의 끝에서 태어나는 한 그릇이 청국장이다.

청국장은 처음에 다가오기 어렵다. 뚜껑을 여는 순간 훅하고 퍼지는 향,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한 숟갈을 뜨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물은 구수하고 콩은 포슬포슬 부서지며 입안에서 풀어진다. 발효된 콩의 깊은 맛은 짠맛이나 단맛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이 만든 풍미다. 끓는 소리는 보글보글, 그 안에서 재료들은 서로를 녹이며 하나로 이어진다. 두부는 부드르르, 김치는 살짝 시큼하게 균형을 잡는다. 처음의 강한 향은 어느새 사라지고 대신 따뜻함이 남는다.

청국장의 중심은 콩이다. 삶아낸 콩을 따뜻한 곳에 두면 자연스럽게 발효가 시작된다. 과정에서 생기는 점성과 향 그리고 풍부한 영양이 이 음식의 본질이다. 여기에 더해지는 것은 두부, 김치, 대파, 마늘, 고추다. 모두 익숙한 재료지만 청국장 안에서는 각자의 역할이 분명하다. 특히 발효된 콩은 단백질과 유익균을 품고 있어 몸을 안에서부터 정돈해 준다. 이 음식은 상태를 바꾸는 힘을 가진다.

청국장은 빠르게 만들어지는 발효식품이다. 된장이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면 청국장은 짧은 시간 안에 완성된다. 그래서 예로부터 바쁜 농번기에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추운 날, 집안에 퍼지던 특유의 냄새는 가족의 신호였다.
“이제 밥 먹을 시간이다.” 그 냄새는 집의 온기였다.

청국장은 처음부터 좋아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번 익숙해지면 자꾸 찾게 된다. 과정은 어딘가 삶과 닮아 있다. 낯설고 거칠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며 편안해지는 순간 같다. 청주의 청국장은 말한다.
좋은 것은 천천히 이해된다, 그리고 이해된 것은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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