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움츠리게 하는 것

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291

by 은파랑




나를 움츠리게 하는 것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유 없이 움츠려 들게 되는 날들이 찾아옵니다. 마치 마음속에 작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나를 조용히 감싸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 그림자는 두려움일 수도 있고, 불안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과거의 후회가 나를 짓누르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나를 옥죄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멈춰 서고 싶어 집니다. 내 안의 두려움은 나를 작아지게 만들고, 나는 나의 길을 잃은 듯 보입니다.


"두려움은 우리가 마주해야 할 것들을 숨기려 할 때 생겨난다."
— 에리히 프롬


에리히 프롬의 말처럼, 두려움은 종종 우리가 직면하지 않으려 할 때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두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입니다. 두려움은 우리가 더 나아가야 할 곳을 가리키는 내면의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움츠린다는 것은 결코 나약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마음의 반응일 뿐입니다.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움츠린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됩니다.

239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그 빛은 가려지지 않는다."
— 칼 사건트


우리 안에 빛나는 별은 누구도 가릴 수 없습니다. 때로는 내 안의 불안과 두려움이 그 빛을 흐리게 만들 수 있지만, 그 빛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움츠려 들어도 괜찮습니다. 그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빛을 품고 있으며, 그 빛은 언젠가 다시 세상을 향해 퍼져나갈 것입니다.


움츠린 나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움츠린 순간은 다시 피어오르기 위한 준비 과정일 테니까요. 우리의 삶은 늘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기에, 때로는 한 걸음 멈춰서 나를 돌보고, 나를 토닥여 줄 시간이 필요합니다.


움츠림은 끝이 아닙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쉼표일 뿐입니다.




240내가 만난 인연의 끈


사랑은 얇은 종이 위에 그려진, 보이지 않는 실로 엮어진 결처럼 마음을 흐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은 세상의 어떤 물질보다도 섬세하게 짜여 있다. 결은 때론 촘촘히 엮여 서로를 단단히 묶어 주지만, 때론 너무나 약해서 작은 손끝의 떨림에도 찢어져 버리기도 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한다는 것은 결을 함께 엮어가는 과정이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천천히 실을 뽑아내듯, 서로의 마음을 실로 삼아 하나의 결을 만들어 나간다. 처음에는 두 가닥의 실이 다르게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서로를 닮아가고, 마침내 하나의 길고 아름다운 결로 완성된다.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결을 맺었을 때, 실이 항상 탄탄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결혼은 결을 더욱 단단하게 엮어내는 동시에, 단단함이 더 큰 위험을 내포하기도 한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존중하는 것이 결을 튼튼하게 만드는 방법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 결은 한순간에 풀리거나 끊어져 버릴 수 있다.


이혼은 결이 완전히 끊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오랜 시간 엮어 왔던 결을 조심스럽게 풀어내는 과정이다. 사랑이 남긴 흔적들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으며, 결은 삶의 한 부분으로 깊이 새겨져 있다. 우리는 결이 어떻게 엮였고, 어떻게 풀어졌는지 생각해 볼 때, 마음속에 남은 사랑의 흔적들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심리학적으로, 사람의 마음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결로 구성되어 있다. 애착, 신뢰, 존중, 그리고 사랑은 결을 엮어 나가는 실들이다. 이런 실들이 균형을 이룰 때, 온전한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 반면, 실들 사이의 불균형이 심해질 때 불안, 두려움, 그리고 갈등을 경험한다.


사회학적으로, 결혼과 이혼은 개인적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사회적 구조와 기대가 엮여 있는 복잡한 결이다. 사랑은 개인의 감정인 동시에 사회적 행위이기도 하다. 결혼은 두 사람의 결합뿐만 아니라, 사회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이혼 역시 단순한 결별이 아닌, 사회적 관계와의 재정립을 의미한다.


사랑은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이루는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결이다. 우리는 결을 엮어가며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더욱 가까워진다. 그리고 결이 비록 끊어지거나 풀릴지라도, 그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결을 엮어 나갈 기회를 제공한다. 사랑은 영원히 엮여 있지 않을지 모르지만, 결은 언제나 마음속에 남아, 우리를 또 다른 결로 인도할 것이다.


봉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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