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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Dec 14. 2018

민박집 스탭이 된다는 것은

민박집 스탭 구하는 법, 스탭의 하루 일과

'민다(민박 다모아)'라는 사이트/어플이 있다. 전 세계에 있는 한인 민박들을 예약할 수 있는 플랫폼인데, 구인/구직 게시판도 가지고 있어 보통 이 게시판을 통해 스탭 모집 공고 글이 올라온다. 나는 꽤나 간단하게(?) 뽑혔다. 프라하 민박 스탭 공고 글에 적힌 이메일 주소로 사장님께 이력서를 보냈고, 사장님과 카톡으로 간단히 일정 등을 맞추고, 대면 인터뷰 없이 전화 인터뷰(그것도 체코로 떠나기 하루 전에)를 마친 후 프라하행 비행기에 올랐다.

 


▲ 프라하로 오기 전 첫 번째 관문, 경유지 '모스크바'로 가던 비행기 안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참 허술했다. 한국에서 회사 면접을 볼 때에도 면접장에 내 질문들이 적힌 다이어리를 꼭 품에 안고 들어가던 면접자였다. '질문 없습니까?'라는 마무리 멘트에 손을 들고 주섬주섬 다이어리를 열어 준비해온 질문들을 하고, 면접관들의 답변을 옮겨 적을 정도로 철두철미했단 말이다. 그런데 이번엔 참 이상했다. 숙식 제공, 장기 근무 시 소정의 월급 제공만 확인하고 다른  것은 물어보지 않았다. 그때 진작 물어볼 걸 했던 것은 '스탭 방은 따로 있나요?', '정해진 일과시간이 있나요?' 등등 물어봐야 했던 질문은 한가득인데 그땐 정말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 '민다' 사이트 - 커뮤니티 내 '구인/구직' 게시판


 


아무래도 인연이 되려고 했으니 그랬나 보다. 내 인생에서 이곳에 두 달을 꼭 머물렀어야 했나 보다. 실제로 민박집에서 스탭으로 일했던 두 달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웠다.


 


스탭 살이, 젊음의 상징이죠!
정말?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스탭 살이'도 마찬가지다. 여행이 우리나라 사람의 최대의 관심사인 요즘, 스탭 살이라는 단어는 비교적 젊은 연령대의 친구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 예능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효리네 민박'에서 '아이유, 윤아'가 맡았던 그 스탭이 이 스탭이다. 예능은 예능일 뿐, 혹시나 그런 스탭 살이를 바라고 스탭에 지원한다면 금방 실망할게 뻔하니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예능에 나온 점과 비슷한 면모도 있지만.)



▲ 민박집 테라스에서 본 하늘

 



민박집 스탭은 하루 종일 뭐해요?

이제부터 다룰 내용은 '내가 일하는 민박집의 스탭 일과'인데 민. 바. 민(민박집 바이 민박집)이기 때문에 감안하고 읽어주면 좋겠다. 우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조식 준비를 돕는다. 내가 일했던 민박집은 스탭 방이 따로 있지 않고 손님들과 방을 함께 쓰기 때문에 알람이 울리면 바로 끄고 손님들이 깨지 않게 조용히 일어나 거실로 나온다. 아침엔 일어난 그대로 눈곱만 떼고 부스스한 머리를 감추기 위해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추운 새벽에 맞서기 위해 기모 트레이닝 바지를 장착한다.

 

내가 있던 민박집의 경우에는 사장님께서 대부분의 음식을 하시기 때문에 재료 손질과 간단한 반찬 만들기가 스탭의 오전 업무였다. 한 시간~한 시간 반 사이에 5가지의 요리를 내놓아야 하므로 가장 정신없는 시간이 아침이다. (이곳은 한식으로 모든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카레’도 엄연히 따지면 한식이 아니므로 - 사장님 피셜 -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아침 식사 준비가 다되면 모든 방에 있는 손님들을 '식사하세요'라는 아침 인사와 함께 대차게 깨운다. 손님들이 아침을 다 먹고 나면 먹고 난 그릇들 뒷정리를 하고 남은 반찬과 함께 밥을 먹는다.



▲ 일했던 민박집의 흔한 아침 메뉴 (무.조.건 전부 한식)


 

밥을 먹고 난 후에는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지고 청소를 시작한다. 청소는 보통 빨래, 청소기, 바닥청소, 주방 청소, 화장실 청소가 있다. 다른 민박의 경우 청소 시간에는 손님들이 민박집에 들어올 수 없다고 하는데, 우리 민박집은 손님을 내쫓지는 않았다. 다만 자고 있어도 청소기를 쌩쌩 돌렸다. (물론 사전에 미리 안내를 한다.) 그렇게 스탭 두 명이서 일을 분담해 청소를 다 하고, 이틀에 한 번씩 사장님과 함께 조식 재료를 사기 위해 장을 보러 간다. 이 모든 일과를 마치면 보통 오후 두~세시가 되고 그때부터 자유시간.


여기서부터 민. 바. 민이 크게 작용하는데, 내가 일하는 민박집 사장님은 스냅 촬영을 하시는 작가님이셨다. 때문에 사장님이 안 계시는 동안 체크인/체크아웃 업무는 스태프의 몫이었다. 사장님이 상주하는 민박집의 경우에는 이 부분이 좀 다르다.



▲ 햇볕 좋은 날 빨래를 널고 난 후의 민박집 테라스 모습



집안일은 끝이 없다. 정말 없다.



스탭 일은 아무래도 집안일이 주이기 때문에 저녁까지 이어진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있지만, 자기 전 설거지 거리를 정리하고, 손님들이 쓰고 난 컵들을 정리하고 등등.

 

스탭은 손님맞이에도 낯가림이 없어야 한다.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진다. 그리고 그들의 질문에도 스스럼없이 대답해야 하며, 집에 있는 동안에는 계속 응대를 해야 하는 것이 스탭이다. 이런 점도 크게 고려해봐야 할 점이다.

 

정말 (로망을 가지고) 프라하에서 한 달 살기 해봐야지! 하며 숙식비를 아끼기 위해 스탭 살이를 지원한다면 기대했던바와 크게 다를 수 있다. 숙식비는 아낄 수 있겠으나 생각한 대로 자유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 (민. 바. 민) 나 같은 경우에는 프라하에 익숙해지기가 주 목표였고, 두 달간의 스탭 살이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프라하에서 살 요량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혼자만의 시간, 공간이 꼭 필요하고,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이 힘든 스타일이라면 스탭 일을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다. 위에 열거한 내용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고, 불규칙한 자유시간도 괜찮다고 생각이 든다면 한 번쯤은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상 한인 민박 스탭의 하루 일과였다.




청춘의 상징, 젊음의 상징이라 불리는 스탭 살이




내가 너무 그 로망을 파헤친 걸 지도 모르겠지만, 로망만 안고 가면 실망이 큰 법! 물론 민박집 스탭으로서의 장점도 존재한다. 스탭 살이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고된 하루를 충전해줄 수 있는 매력적인 장점이 분명 있다.

▲ 민박집 손님에게 받은 비타민 쪽지와 선물



바로 만나는 손님들이다. 두 달 동안 일하며 정말 많은 손님들을 만났고, 운 좋게도 좋은 분들을 참 많이 만났다. 그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내겐 비타민이자 고된 하루를 다독여주는 그늘 같았다. 덕분에 고되고 피곤했던 스탭살이가 마냥 힘들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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