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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lham Cove (말램 코브)

by 이생각

압도적인 수직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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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Malham Cove를 처음 봤을 때 저도 모르게 순수한 감탄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다큐멘터리 같은 데서 영상으로만 한두 번 보던 그런 큰 절벽을 직접 마주하자 그야말로 압도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 Malham Cove는 절벽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드넓은 구릉지 한복판에 갑자기 나타나서 더욱 생경하고 또 놀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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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80m, 너비 300m에 이르는 거대한 부채꼴 모양의 절벽은 먼 옛날 빙하수를 운반하던 폭포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리즈 북서쪽에 위치한 장인어른 장모님 댁에서 차로 꼭 1시간이면 닿은 곳에 이런 절경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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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의 가장자리를 따라 완만한 오르막을 30분 정도 올라가면 절벽의 위에 설 수 있습니다. 절벽 위는 꼭 갓 만든 브라우니 표면처럼 바위들이 여러 모양으로 반듯하게 갈라져 있습니다. 이 위는 <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 >에서 헤르미온느와 해라기 방문한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바위틈은 은근히 깊어 발을 헛디디면 자칫 다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숨은 절경들은 차로 바로 접근할 수 없듯이, Malham Cove 역시 Malham 마을에 있는 국립공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조금 걸어야 합니다. Malham Cove가 속해있는 국립공원의 이름은 Yorkshire Dales National Park (요크셔 데일스 내셔널파크), 한국으로 치면 '경상도 머시기 국립공원' 같은 격입니다. 다만, 이 데일스 국립공원은 한국의 국립공원들과 비교했을 때 조금 더 큽니다. 대략 2,100 제곱 킬로미터로 제주도 전체 (1,850 제곱 킬로미터) 보다 더 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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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아니고 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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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보통 '등산'이라고 하는 반면, 영국에서는 'Hiking (하이킹)'이라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그 이유가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를 제외하면 영국에는 산이 많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국, 특히 인구의 대부분이 살고 있는 잉글랜드에서 하이킹을 간다고 하면 드넓은 구릉지로 이루어진 땅을 짧게는 1, 2시간 길게는 6, 8시간 코스를 따라 걷는 걸 뜻합니다.


이런 지리적 그리고 그에 따른 하이킹 문화의 차이는 왠지 모르게 각 나라의 사람들 성향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표를 향해 올라가 꼭대기에 다 다르는 한국과, 완만한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구릉을 따라 둘러 돌아오는 영국. 삶에서도 한국은 치열하게 올라가 쟁취하고 영국은 잔잔하게 삶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어가는 느낌입니다. 물론 그 안에서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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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스뿐만 아니라 잉글랜드 내의 다양한 국립공원을 거닐다 보면 항상 양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연중 흐린 날이 많고 배수가 잘 되는 석회질 땅을 가진 영국. 그러다 보니 풀이 잘 자라 가축을 방목해서 키우기에는 최적의 환경입니다. 그러다 보니 오래전부터 자연스레 양들을 많이 키웠고, 그렇게 양고기, 양모 산업이 발달했다고 합니다. 양 중에 새끼양들은 Lamb이라고 부릅니다. 외모도 귀엽고 울음소리도 상당히 귀여워 개인적으로 영국에서 하이킹을 한다면 이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몹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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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영국 문화'를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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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방문하는 많은 분들이 런던이나 다른 역사적인 도시를 방문합니다. 물론 런던의 타워브릿지, 빅밴, 버킹엄 궁전과 옥스포드, 요크와 같은 도시들도 정말 멋지지만, 진짜 영국인들의 문화와, 한국과는 다른 영국의 자연을 경험해보고 싶으시다면 Dales의 Malham Cove를 방문해 보시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이랑 경주만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설악산에 올라 정상에서 김밥을 먹고, 내려와 막걸리 한 잔 하며 진짜 한국의 문화를 맛보는 겁니다. 참, 영국에서는 하이킹 후에 펍에 어른들은 펍에 들러 생맥주를 한 잔 하고,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밴에서 콘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것이 국룰입니다. Draft beer와 Ice cream을 먹어줘야만 하이킹을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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