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87 밝고 희망찬 길이기를
영화 '쿼바디스'
오래된 영화가 주는 웅장함과
덤으로 얹어지는 정겨움과
오래전 엄마랑 친구들이랑 또 혼자서
여러 번 보아온 영화답게
거기 어디쯤 추억도 몇 가닥 스며 있어서
마음으로 보게 되는 영화 '쿼바디스'
한 땀 한 땀 장인의 손으로
정교하게 수놓은 장면들이
부드럽고 아름답고 정성스럽다
성탄절이니 종교영화가 정답이고
그중에서도 '쿼바디스'
요즘 영화들이 가진
현란한 기술적인 장점을 넘어서는
인간적인 손길이 따사롭고
잔잔히 파고드는 진정성이 아름답다
완벽하지 않은 데가 한 군데도 없다는
비니키우스 사령관의 말대로
리지아 역의 데보라 카는
우아하고 아름답다
티끌 하나 없는 가을 하늘 같다
'왕과 나'에 나왔던 데보라 카를
엄마가 좋아했던 기억이 새롭다
마커스 비니키우스 사령관을 연기하는
로버트 테일러도 단단하고 멋지다
전쟁과 유혈이 없고
바울 사도가 말한 것처럼 노예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리지아는 리지아국 공주였으나
로마에 인질로 잡혀와
플라우티우스 장군의 딸로 사랑받으며 자란다
리지아의 기도하는 모습에서는
달콤한 장미향이 날 것만 같다
포악한 네로 황제를 아픈 사람이라 말하는
베드로 사도의 모습도 잘 어울리고
군대의 개선 행렬을 보는 광장 가득한
사람들을 어디서 다 모아 왔을까
놀랍기만 하다
황궁으로 가는 리지아는
황제의 만찬에 푸른 드레스를 입고 참석하고
미소 빼고는 모든 게 완벽하다며
미소를 청하는 마커스는 멋지다
믿는 이들의 표식인 물고기 그림으로
몰래 숨어서 모이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에
리지아를 찾으러 가는 마커스는
베드로 사도의 설교를 듣게 된다
'베드로야 너는 이 반석 위에 교회를 지어라'
베드로와 동생이 물고기를 잡다가 만난
구세주 예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경이롭다
'두려워하지 마라
사람 낚는 어부가 되어라'
그렇게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의 수제자가 된다
집회 후 리지아를 미행하던 마커스는
리지아의 충복 우르수스에게 상처를 입고
리지아에게 치료를 받은 후
그녀에게 자유를 주지만
이미 사랑에 빠진 리지아
노예를 풀어달라는 바울 사도에게
그리스도와 리지아를 나눠 갖고 싶지 않다며 마커스는 나무 십자가를 부셔버린다
네로 황제의 로마 방화사건으로
마커스와 리지아는 헤어지게 되지만
다시 만나게 된 마커스는 리지아를 통해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된다
로마 화재의 책임을 그리스도인들이
뒤집어쓰게 되어 리지아와 양부모
그리고 마커스까지 갇히는데
로마를 탈출한 베드로 사도는
가던 길에서 예수님의 환영을 만나고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묻는다
'Qva vadise domine'
베드로 사도의 물음에 대한 예수님의 답은
'네가 버린 나의 양을 찾으러
다시 못 박히려 왔노라'
베드로 사도는 다시 로마로 돌아간다
채찍을 맞으며 경기장으로 밀려 나오는
순교자들에게 평화를 구하는
베드로 사도의 기도는 힘차고
두려움을 떨치며 노래를 부르는 순교자들이
사자들에게 쫓기는 모습을 즐기는
관중들의 함성으로 가득한
원형경기장의 장면이 아슬아슬 위태롭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아직은 생소하고 낯설다는 마커스와
죽기 전에 결혼하고 싶다는 리지아는
베드로 사도의 축복을 받으며
감옥 안에서 결혼하는데
황후 포페아에게는 이미 계획이 있다
베드로 사도는 바티칸 언덕에서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처형이 되고
자신처럼 부족한 사람이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매달릴 자격이 없다며
거꾸로 매달린다
리지아의 양아버지
플라수티우스 장군도 십자가에 매달려
로마에 불을 지른 범인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네로 황제라고 밝히고 화형 당하고
황제 곁으로 끌려나가 묶인 채로
묶여 있는 리지아를 내려다보는
마커스의 눈빛은 안타깝디
리지아를 지키던 거인 우르수스와
코뿔소와의 싸움을 지켜보던
마커스의 입에서 간절한
기도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리스도인을 방화범으로 모는
군중들의 소란 속에서
마커스는 네로의 폭정을 밝히고
로마의 새 황제 갈바 장군이 온다는 소식에
줄행랑을 치는 네로 황제는 뒤늦은 후회와
포페아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다가
괴물처럼 살았으니 황제처럼 죽으라며
악테가 건네는 칼로
스스로의 처형자가 되는 최후를 맞는다
로마의 새 황제 갈바 장군이 돌아오고
베드로가 예수님의 환영을 만난 자리에 꽂아둔
지팡이에서 꽃이 피어난 축복의 길을 지나가는
마커스와 리지아는 밝고 희망차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그 길이 밝고 희망찬 길이기를
향기로운 꽃길도 아니고
부드러운 비단길이 아니더라도
또박또박 밟아가는 은총의 길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