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95 영화 속 숨은 그림 찾기
영화 '테넷'
일회용 컵과 다회용 컵이 있듯이
일회용 영화와 다회용 영화도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는
다회용 영화이므로
n차 관람이 필요하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영화 '테넷'
그냥 보는 영화라고 해서 그냥 본다
영화 속에서 닐과 함께 주인공에게
인버전에 대해 설명해주던 과학자가
'이해하지 말고 느끼라'라고 해서
그냥 보이는 대로 느껴본다
무슨 내용인지 몰라도 따라가 본다
잘 모르겠으나 그만큼 흥미롭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누군가의 꿈속 이야기 '인셉션'
차원이 다른 우주 '인터스텔라' 등
한 번 보고 이해 불가능하지만
보고 또 볼수록 매력적인 영화를 만드는
그의 상상력에 매번 놀라곤 한다
학생 시절 과학시간이 재미없어서
딴짓하고 딴생각하는 학생이었는데
그 버릇 어디 가겠는가
영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
인버전이니 엔트로피 같은
어려운 용어들이 나온다 해도
모범생이 물리 공부하듯 반듯하게
초집중하며 영화를 볼 수는 없다
더구나 나는 이과 출신도 아니니
눈으로 들어오는 대로 OK
모르면 모르는 대로 패스~^^
영화 속 대사에도 나오는
'무지가 우리의 규칙'이라는
말이 정답이다
닐과 함께 주인공에게
인버전을 설명해주던 과학자가
'이해하지 말고 그냥 느끼란다'
나에게 하는 말 같아서 순간 웃음이 피식~
감독님 센스쟁이야
총알을 인버전 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인버전 할 수 있다는데
인버전이란 과연?
시간이 전진하는 총알과
시간이 거꾸로 되돌아오는 총알이 있다
총알을 앞으로 쏠 수 있는 것처럼
거꾸로 돌아오는 총알을 잡을 수도 있다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미래의 기술이 인버전이라는데
그렇다니 그런가 보다 할밖에~
자연 물질이 변형되어
원래로 돌아갈 수 없는
엔트로피를 역행하는 기술인데
그것도 슝~그 지점으로 순간이동이 아니라
거꾸로 강을 오르는 연어들처럼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것이다
온 만큼 다시 거슬러 오르다 보면
지난 시간 속의 나를 만날 수도 있고
만나고 싶지 않으면 슬쩍 비켜갈 수도 있다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 기술을 통해
현재와 미래와 과거를 자유로이 오고 가며
자신이 가질 수 없다면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다며
세계를 파괴하려는 사토르(케네스 브레너)는
무기 밀매업으로 부자가 된 악당인데
인버전 상황에서는 거꾸로 말을 하기도 한다
사토르에 맞서는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는
영화 내내 이름이 안 나오다가
엔딩 크레디트에 protagonist
주인공이며 주도자라고 나오는 걸로 보아
내 부주의 탓이 아니니 다행이다
영화의 시작인 오페라하우스 테러 현장에서
처음으로 인버전을 목격하고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한 임무를 띤
영화의 주인공이고 주도자 역의 배우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덴젤 워싱턴의 아들이니 부전자전~
뭄바이의 현지 요원이며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의 파트너 닐(로버트 패틴슨)은
영화의 끌 부분에서
'나는 여기서 끝이지만
너는 여기가 시작일 거야'라며
'너는 나를 뽑게 될 거야'
애잔하고 매력적이며 의미심장한
눈빛 연기를 남기고 떠나는데
그의 가방에 매달려 대롱거리는 빨간 고리는
영화의 처음 부분과도 이어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에게는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이었던 닐
미술품 감정사이며
사토르의 아내인 캣(엘리자벳 데비키)은
고야의 그림이 위작이라는 약점을 잡히고
남편 사토르에게 협박을 당하며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과 아들을 지키기 위해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가 된다
주도자와 닐과 캣
세 사람이 함께 사토르에 맞서며
미래로부터의 공격을 막아내는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영화는 수월하지가 않다
시간의 역행으로 인버전 된 상태의 사람은
순행하는 시간 속의 공기와
역행하는 시간 속의 공기가 다르기 때문에
마스크를 매달아야 하고 말도 거꾸로 한다
미래의 권력자들이 현재를 전멸시키려 하는 할아버지의 역설이고 시간의 공격이라
시간의 흐름을 뒤집으며
시간을 쥐어짜는 작전이 펼쳐지는데
시간이 빨래도 아닌데 쥐어짜고
총알을 발사하는 게 아니라 잡는다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시간을 되돌아 거슬러갈 수 있고
총알을 잡듯이 과거를 붙잡을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
지난 시간 속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인버전이라는 기술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과학적인 이론은 잘 모르지만
모르면 모르는 대로
보다 보니 재밌다
예고편의 설명에 의하면
'테넷'이라는 제목은
'과거를 말살하려는 미래 세력으로부터
세상을 구하겠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
미래에 설립한 비밀 조직'이라고 한다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가고
뒤에서 다시 앞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비틀고 쥐어짜는 영화지만
머리를 쥐어짤 필요는 없다
그냥 따라가며 보다 보면 어디쯤에서
문득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잃어버린 퍼즐 조각이 갑툭튀~
심심찮게 튀어나오는 깨알 재미도 있다
영화의 끄트머리에서
'내게 있어 지금은 마지막이지만
네게 있어 지금은 우리 우정의 시작'이라는
애틋한 말과 애잔한 눈빛을 남기고 떠나는
닐의 가방에서 대롱거리는 빨간 고리는
영화의 첫머리 오페라하우스에서
주인공인 주도자를 구하기 위해
인버전 된 총알을 쏘고 뒤돌아
계단을 내려가는 가방에서 찰랑대는
바로 그 빨간 고리로
시작과 끝이 이어져 있다
인연의 빨간 고리인 셈이다
영화의 제목 '테넷'은
토마토처럼 앞으로 해도 TENET
뒤로부터 해도 TENET
끝과 시작이 어어지고 맞물려 있다
다시 돌아올 수 없음을 알면서도
주인공인 주도자를 돕기 위해
미래로부터 달려온 조력자인 닐을 보내는
주인공의 눈에서도 우정의 글썽임이 반짝인다
재밌긴 한데 알 듯도 하고
그러다가 또 모르겠다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말이 웃프지만
모르는 게 당연하다
'무지가 관람자의 규칙'이므로
이해하려 애쓰지 않고
그냥 느껴보는 영화 '테넷'은
역시나 매력적인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