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92 아리에티와 허브티 한 잔
애니메이션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
철없던 시절에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지금도 여전히 철없기는 마찬가지지만)
다락방에 엄지 공주가 산다면 어떨까
마루 밑에 쪼꼬미 요정들이 산다면 어떨까
엄지 공주와 쪼꼬미 요정들을 만나면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마루 밑 아리에티'를 보며
여전히 철없는 나는 자꾸만 웃음이 났다
세상에는 나와 다른 존재들이 분명 있고
그들과 소통하고 도와가며 산다는 건
신대륙의 발견보다 신기하고
재미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보이는 존재이든
보이지 않는 존재이든
저마다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다
다름의 의미에 대해
잠시 빌려 쓴다는 의미에 대해
만나고 헤어짐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인생이란 다름과의 만남이고
자연은 잠시 빌려 쓰는 것이고
한 편의 영화를 만나는 것도
영화 속 주인공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것도
무척이나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루 밑 아리에티'와의 만남도 그렇다
아기자기하고 올망졸망한 인형의 집 속에서
허브 향기가 난다는 쇼우네 할머니의 말처럼
마루 밑에 사는 10센티 소녀
아리에티에게서는 상큼한 허브 향기가 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향기가 스며 있는 판타지 애니메이션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와
허브티 한 잔을 나누는 시간은
다정다감 싱그러운 초록빛이다
세상 모든 존재들이
저마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용기와 희망을 안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심장수술을 앞둔 소년 쇼우가
시골 할머니 댁으로 요양을 오는데
쇼우 할머니 댁 마루 밑에는
소인국의 소녀 아리에티가 산다
인간들의 물건을 몰래 빌려 쓰며 살아가는
소인 가족의 열네 살 소녀 아리에티는
엄마의 생일 선물을 찾으러 나선 정원에서
쇼우의 눈에 띄지만
아리에티는 알아채지 못하고
인간들에게서 빌려 쓰는 모험을 계속한다
엄마가 부탁한 각설탕을 빌리고
휴지를 챙기려다가 쇼우랑 눈이 마주친 후
쇼우는 아리에티를 도우려 하지만
인간들에게 들키면 이사를 떠나야 하는
아리에티네 가족이 안쓰럽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고집쟁이 도우미 하루 아줌마는
아리에티 엄마를 붙잡아 유리병에 넣어두고
소인국 소탕을 위해 청소회사 사람들을 부른다
엄마가 없어졌다고 울먹이는 아리에티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주는 쇼우
쇼우의 손바닥 위로 꼬물꼬물 올라가는
아리에티가 사랑스럽다
인간들에게서 빌린 빨간 빨래집게로
야무지게 머리를 묶은 아리에티가 귀엽고
쇼우의 어깨에 올라앉는 아리에티는
애잔하다 세상 모든 존재가 애잔하듯이
쇼우의 도움으로 엄마를 찾고
아리에티 가족은 이사를 간다
주전자에 짐을 싣고 떠나려는데
야옹이를 따라 쇼우가 작별인사를 온다
이별의 선물로 건네는 각설탕 하나
고맙게 받는 아리에티
그들의 작별이 귀하고 아름답다
심장수술이 내일모레인데
살아갈 용기가 생겼다는 쇼우에게
아리에티가 건네는 작별 선물은 집게핀이다
'아리에티 넌 내 심장의 일부나 마찬가지야
잊지 않을게 언제까지나'
주전자를 타고 떠나는 아리에티는
쇼우의 기억 속에서
아름답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하늘을 바라보는
아리에티의 나풀대는 긴 머리처럼
향기로운 추억으로 나풀대며 오래오래
'14살의 소녀 작지만
사람들의 물건을 빌려서 사네'
머리칼에 바람을 느끼며 하늘을 보는
아리에티의 주전자 여행을 따라가는
노래까지도 사랑스럽다
맑고 따뜻하고 온화한 애니 영화
나답게 살아가겠다는 노래의 끝이
초록 풍경에 희망의 빛으로 스며든다
맑고 향기로운 허브차 한 잔 마신 기분이다
영혼까지 초록으로 맑아지고
따뜻해진 기분 좋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