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99 대책 없는 낭만 여행
영화 '파리로 가는 길'
그렇죠~
대책이 있으면 낭만이 아니죠
대책 없는 감성과 낭만이 가득한
프렌치 로드 트립이라니
구미가 당깁니다
몸은 비록 집콕이지만
영화 속에서라도 떠돌고 싶어요
이리저리 돌아다니고픈 마음 안고
눈길이 당겨지면 사진도 찍어가며
꽃 향기까지 미국보다 아름다운
프랑스 여행 중인 여주인공 앤을 따라
파리로 향하는 여정이 제법 괜찮습니다
여유롭게 흐르는 이국적인 풍경과
동글동글 혀가 말리는 프랑스어에
프랑스 음식과 와인이 곁들여지므로
파리에 오늘 도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걱정 말라는 느긋한 대답도 용서가 됩니다
파리는 어디로 도망가지 않는다는
자크의 엉뚱 발랄한 우문현답도
52세 여자도 38세 남자를 만날 수 있다는
앤의 근자감까지도 여행 중이니 용서합니다
여행이란 설렘으로 시작하고
일상에서 벗어남을 의미하지만
기분 좋은 고단함 끝에 어김없이 다시 돌아와
빙그레 웃으며 제자리에 서는 것이니까요
영화 제작자로 성공한 남편 마이클을 따라
칸에 온 앤은 나빠진 컨디션으로 인해
마이클의 다음 출장지 부다페스트를
건너뛰고 파리로 가기로 하죠
마이클의 사업 파트너인 자크가
앤을 파리까지 데려다주게 되는데요
느긋하고 유쾌하고 자유롭지만
딱 거기까지~^^
로맨틱하고 대책 없는 감성과 낭만을 지닌
프랑스 남자 자크와 함께 하는
대책 없이 자유롭고 낭만적인 엉뚱한 여정이 앤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건넵니다
'목적지도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고
떠나는 척해보자'는 자크와
동업자가 그만두고 떠나는 바람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앤
두 사람의 파리를 향한 일정은
즉흥적으로 전개됩니다
열여덟 살 딸을 둔 엄마인 그녀는
일과 육아를 함께 해내는 워킹맘이었으나
대학생이 된 딸이 떠나고 손에서 일도 놓은
지금 당장 무얼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습관처럼 마주하는 순간들을 사진으로 찍어요
'젊은 그녀들이 초코바라면
당신은 초콜릿 크림 브릴뤠'라는
기분 좋은 칭찬을 건네는 프랑스 남자 자크와
원칙주의자인 철벽녀 앤의 여정이
생뚱맞긴 하지만
여행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요
앤이 장미를 좋아한다는 말에
그러나 와인 향을 가리면 안 된다는 자크는
행복한 추억들은 언제나
테이블에서 생겨났다고 하죠
음식과 와인에 특별한 안목을 지닌 사람답게
셰프에게 선물로 받은 팔찌를 끼고 있어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음식의 위대함을 잊지 않기 위해
셰프가 늘 끼고 있다기 선물한 팔찌인 거죠
인생이고 사랑이고
평생 그럴 것 같다는 자크는
양말이 마르지 않아 맨발이다가
앤이 마이클의 짝짝 양말을 건네자
남의 양말을 신는다는 속담은 들어봤어도
남의 양말 신는 건 처음이라고 웃으며
짝짝 양말을 신은 프랑스 남자가 됩니다
활짝 핀 라벤더는 아니었으나
보라보라 라벤더 밭도 예쁘고
이천 년 전 로마의 성벽도 아름답고
돌 틈 사이를 사진으로 찍는 앤도 우아합니다
잔물결 반짝이는 강변 산책로에는
민들레도 피어 있고
로마인들도 먹었을 거라는
자크의 민들레 샐러드 얘기에
모든 걸 먹는 거와 연관 짓느냐며 웃는 앤
에릭 사티의 사랑스러운 음악
'난 널 원해',를 들으며
운전을 하던 자크의
에릭 사티 이야기도 재미나요
에릭 사티는
똑같은 셔츠를 여러 벌 준비해두고
늘 같은 셔츠를 입었는데
셔츠 빨래를 하지 않고
입다가 더러워지면 그냥 버렸다며
에릭 사티는 결혼을 하지 않았고
결혼해야 행복한 건 아니라는 이야기죠
정원이 아름다운 방 앞에서
각자의 방으로 헤어지며 자크에게
자신은 프랑스인이 아니라는 앤은 철벽녀이고
자크 운전 솜씨가 별로라 자고 간다는 말에
프랑스 남자 조심하라는 남편의 조언이 웃퍼요
빨강 원피스를 입고 저녁 식사 자리에 나온
프랑스어를 모르는 그녀에게
엉터리 통역으로 웃음 주는 자크가
달달한 프랑스어로 주문하는 저녁 식사는
주문 자체만으로 예술입니다
다음 날 남편 마이클은
가방에 양말이 짝짝이로 남아 있다며
앤이 필요하다고 다음 일정을 취소하고
바로 파리로 돌아온다는 메시지를 남기죠
장미 초콜릿에 얹어 보낸
3시에 기다리겠다는 자크의 메모를 보며
장미꽃 같은 미소를 머금는
앤의 마음은 온전히 앤의 것이니
상관하지 않기로 합니다
장미 초콜릿 한 조각을 떼어먹는
앤 역의 다이안 레인의 미소가 아름답고
곱게 나이 든 모습이 좋아서 웃게 되는
대책 없는 감성 충만 낭만 여행의 결말은
그녀에게 맡기기로 하죠
그녀는 선택할 자격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