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835 보리와 그림책

영화 '나는 보리'

by eunring

어른을 위한 동화책도 있고

그림책도 있는데

나는 그림책을 더 좋아합니다


언젠가 사놓은 그림책 한 권이 있습니다

표지의 소녀 그림만으로 충분한

그림책의 제목은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그림책의 뒤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어요

'내 동생도 다른 친구들의 동생들처럼

뛰고 구르고 구름사다리를

오르기를 좋아합니다

그 애는 피아노를 치지만 노래를 못하고

멜로디를 들을 수도 없어요

무릎에 올라앉은 고양이가

끌끌거리는 건 느낄 수 있지만

전화벨이나 현관 벨이 울리는 건

못 들어요 하지만 그 애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은 말을 얼굴이나 어깨로 할 수 있지요

그 애는 아주 특별한 동생이랍니다'


그림책을 새삼스럽게 꺼내 든 것은

소리를 잃고 싶어 바다에 뛰어든

소녀 보리의 안타까운 마음을 그린 영화

'나는 보리'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보리에게 선물하고 싶은

그림책이거든요


소리를 잃고 싶으냐는 친구 은정이의 물음에

모르겠다는 보리의 대답이 애잔합니다

집에 있을 때 듣지 못하는

엄마 아빠 정우가 행복해 보이고

자기만 혼자인 느낌이라고 하죠


보리는 소리를 잃게 해 달라며

간절히 기도하고

바다에 빠지기도 하면서

엄마 아빠 동생 정우처럼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됩니다

들으면서도 듣지 못하는 것처럼

사랑스러운 거짓말을 하는 것이죠


보리에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동생 정우가 있습니다

동생 정우도 보리에게는

아주 특별한 동생이죠


수업 시간에 늘 혼자인 기분이라고

친구들이 모두 다 수화를 잘했으면 좋겠다며

해맑게 웃는 정우는 축구를 잘하는 소년입니다

축구를 할 때만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정우를

보리는 안쓰럽게 바라봅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누나의 표정만으로

속마음을 읽을 줄 아는 정우는

보리에게 아주 특별한 동생이죠


소리를 일부러 못 듣는 척하며

엄마와 시장에 갔다가

소리를 잃은 엄마가 무시당하고

불이익당하는 것이 몹시 속상한 보리는

마당의 모기장 안에서 가족들에게

보리의 귀가 안 들리니까 좋으냐고 묻자

정우는 피자 치킨 못 시켜 먹어 안 좋다며

히~ 웃어요


엄마 아빠는 처음엔 슬펐는데

보리 수화가 많이 늘어

공책에 쓰면서 대화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라며 웃으십니다


정우는 인공와우수술이 가능하지만

수술하면 축구도 못하고 수영도 못한다는데

고모가 듣고도 얘기 안 해 주었다며

답답한 마음에 보리는 소리를 내어 울어요

엄마 아빠의 사랑과 다독임으로

보리는 마음에 얹힌 미안함을 덜어냅니다


정우의 축구 경기를 TV로 보며

짜장면을 시켜먹는 보리와 아빠의 모습이

여느 때보다 밝아서 마음이 놓이는데

갑자기 짜장면 생각이 나서

혼자 웃습니다


안녕 새야~

다시 소리를 들으며 평온한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새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사랑스러운 보리 곁에서 나도 속삭여 봅니다

안녕 파도야

안녕 보리야


보리를 생각하며 그림책을 다시 읽고

그리고 짜파구리를 먹어야겠어요

오늘은 일요일이니까요

보리와 그림책과 짜파구리

그런대로 괜찮은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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