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847 음악이 주는 위로의 날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by eunring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을 듣다 보면

맑고 투명한 수채 물감으로 그린

아련한 위로의 날개가 나풀대는 것만 같아요

느리고 잔잔하게 스며드는 선율이

고운 슬픔의 무늬를 자아냅니다


시칠리아 섬의 부활절

하루 동안에 벌어지는 핏빛 복수극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

오페라보다 더 사랑받는 간주곡인데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시골의 기사'라는 뜻으로

시칠리아 섬 시골 마을의 젊은이들이

귀족 기사들처럼 결투를 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것을

비아냥거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군요


군대 간 사이에

고무신 거꾸로 신고 떠나간 애인

롤라에게 상처 받고 상심하던 투리두가

새로운 연인 산투차를 만나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옛 애인 롤라를 잊지 못한 일편단심 투리두는

롤라가 다시 유혹하자 밀회를 계속하다가

롤라의 남편 알피오와의 결투로 죽게 되는

처절한 복수극인데요


간주곡은 두 사람의 결투 바로 직전에

아름답고 슬프게 울려 퍼집니다

부활절을 경건하게 맞이하는

시골 마을의 목가적인 평온함이

고요하고 고즈넉하게 젖어들며

결투 직전의 긴장감을 드리운답니다


1막짜리 작은 오페라가

로마에서 초연되었을 때

관객은 절반도 차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막이 내리자

열광적인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해요


아름답고 매혹적인 음악과

남부 이탈리아의 독특한 분위기

파격적인 줄거리와 적나라한 현실 묘사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베리스모(사실주의)오페라의 대표작이 된 거죠


당시 스물일곱 살이던 마스카니는

스무 번씩이나 무대로 불려 나가

관객들의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답니다

오페라 한 편으로 단번에 스타가 된 셈이죠


같은 나이 스물일곱에

아픔과 슬픔의 한복판에 머무르던

슈베르트가 문득 생각나 마음이 아프지만

어쩌겠어요 저마다의 운명인 것을


그러나 인생이란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이죠

행운이란 늘 웃으며 다가오는 건 아니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듯이

행운의 작곡가 마스카니는 승승장구하다가

말년에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는답니다


마스카니의 인생은

허무하게 막을 내리지만

그의 작품은 오래도록 사랑받으며

사랑도 주고 위로도 건네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분노의 주먹'에서

후드 가운을 입은 복서 로버트 드 니로가

몸을 풀며 허공에 주먹질을 하는

오프닝의 배경음악으로 간주곡이 나오죠


'대부 3'에서는 엔딩 장면에 나옵니다

알 파치노가 고풍스러운 저택의 정원에서

홀로 작은 의자에 앉아 죽어가며

사랑하는 가족을 회상하는

인상적인 엔딩 장면을

배웅하는 음악이 간주곡입니다


영화 속 고독한 대부의 결말도

현실 오페라의 주인공 투리두의 죽음도

오페라의 작곡가 마스카니의 인생까지도

허무하고 쓸쓸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래도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이 있어

다정한 위로의 날개 활짝 펼치며

고단한 마음도 달래주고

허무한 인생도 어루만져 주니

다행이고 고맙고 행복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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