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886 영원에서 순간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소울'

by eunring

밝고 유쾌하고 재치 있고 기발한 상상력에

따사롭게 마음을 어루만지는 재즈의 자유로움과

섬세하고 다정하고 부드러운 색감으로

감성을 파고드는 영화 '소울'은

제목 그대로 소울이 충만합니다


순간에서 영원으로

다시 영원에서 순간으로

신비롭고 재미난 차원 여행을 하며

주인공 조(제이미 폭스)와 22(티나 페이)가

부딪치며 겪고 느끼고 배우고 깨닫는 것들이

탱글한 재미와 따뜻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재즈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드디어 마침내 꿈을 이루는 날

기쁨에 들떠 걷던 조(제이미 폭스)는

느닷없이 맨홀에 빠져 위대한 사후 세계로 슝~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다가 길을 잃고

아뿔싸~ 이번에는

태어나기 전의 세계로 가게 됩니다


태어나기 전의 세계에서는

멘토의 도움으로 관심사와 불꽃을 찾는 순간

지구 통행증을 받게 되는 곳이죠

관심사와 삶에 대한 불꽃이 있어야

비로소 지구인으로 태어나게 되는 것인데

내가 잘하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관심을 갖고 즐겁게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로 삶을 꽃피울 준비가 되면

지구 여행과 인생여행이 시작된다는 거죠


영혼 상태에서도

잊지 않고 중절모를 챙겨 쓰며

'당신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하게 된 조는

영혼의 수를 헤아리는 회계사의 실수로

뜬금없이 닥터 보겐슨이 되어

아직 태어나기 전 상태인

22의 멘토가 됩니다


22의 멘토로 거쳐간 역사적 인물들은

코페르니쿠스 테레사 수녀 링컨 간디 등등

명망 높고 대단하신 분들이지만

무수히 많은 멘토들이 포기한 22는

스스로 부족하다는 두려움으로

지구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안쓰러운 영혼입니다


주인공 22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의미하는

'chtch -22'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해요

삶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막연한 영혼인 거죠


삶이란 살아봐야 아는 것이고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이해와 깨달음은

넘어지고 부딪치고 또 일어나 살아가며

느끼고 깨닫는 것인데

22는 이리저리 피하고 도망만 다닙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22에게 살짝 알려주고 싶어요


조는 자기 삶의 불꽃은 재즈라며

22 영혼의 불꽃 찾기에 나섭니다

위대한 사후 세계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22의 도움으로 몰입의 공간을 기웃거리죠

인간들이 무언가에 빠져있을 때 들어가는

정신과 육체 사이의 공간을 기웃거리다가

잃어버린 영혼을 집으로 돌려보내 주고

현실의 몸과 영혼을 연결해 주는

신비주의자들의 도움으로

22와 함께 현실 속으로 돌아오는데

아차차~ 22의 영혼은 조의 몸속으로

조는 고양이의 몸속으로 불시착하게 됩니다


병원을 탈출한 조는 뉴욕 한복판에서

피자 한 조각으로 22를 어르고 달래가며

다시 몸을 바꿀 방법을 찾다가

재즈 연주자 도로테아에게 환자복 모습을 들키고

공연에서도 잘리는 위기에 처합니다

다시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고

클럽으로 돌아가 재즈를 연주하고 싶은

고양이 조의 안타까운 모습과는 달리

조의 몸으로 조의 역할놀이를 은근히 즐기는

22는의 엉뚱하면서도 재미난 모습을 지켜보며

조는 새삼스럽게 자신을 돌아보게 되죠


조가 가르치는 밴드부 학생

코나와도 쿵작 말이 통하는 22는

볼 빵빵 코나가 부는 트롬본 소리에 감동하고

밴드를 그만두려 왔던 코나는

자신이 연주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어

웃으며 돌아갑니다


이발소에서 이발사 폴과 대화하는 22는

친화력 또한 갑입니다

평소의 조와 다른 대화법으로

사람들을 주변으로 끌어모으죠

22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줄 알아요


지하철 환기구 바람 위에 누워

재미난 바람 놀이까지 즐기는 22와 함께

찢어진 바지를 고치기 위해 엄마에게 갔다가

정규직 대신 공연을 택한 조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엄마의 잔소리에 조가 말합니다

'오늘 밤 내가 죽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것이 두렵다'는 말에

엄마는 아빠의 파랑 순모 정장을 내줍니다


지루하다고 생각하던 지구에서

22가 찾은 것들은 삶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죠

'당신을 위한 세미나'에서 찾지 못한 불꽃을

여기서 찾고 싶다며 조에게 몸을 돌려주지 않고 쌩하니 달아나는 22와 뒤쫓던 조는

다시 영혼의 세계로 뚝~ 떨어지게 됩니다


마침내 불꽃을 찾아

지구 통행증을 받은 22는

그러나 목적이 없으니 쓸모가 없다며

통행증을 조에게 넘깁니다


22의 통행증으로 다시 현실로 돌아와

아빠의 순모 파랑 양복을 입고

피아노 건반 위에서 자유로이 춤을 추는

재즈 뮤지션 조의 손가락이 예술인데요

드디어 4중주단으로 인정받는 조는

내일 밤 다시 돌아와 연주하자는 말에 감동하죠


평생 기다려온 순간이라는 조에게

도로테아가 말합니다

'평생 바다를 찾는다는 어린 물고기에서

나이 든 물고기가 말은~

이게 바다야 지금 네가 있는 바로 여기'


22가 두고 간 소중한 것들

피자 한 조각 먹다 만 베이글 막대사탕 실꾸러미

바람에 떨어진 꽃 이파리 들을 보며

조는 지나온 순간들 속의

반짝이는 기쁨들을 하나하나

차분히 되돌아보게 되죠


눈부신 뉴욕의 밤 풍경 속에서

가만가만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그냥 걷는 것도 삶의 목적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눈부시게 반짝이는

인생의 소중한 기쁨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다시 영혼으로 돌아가는 조는

22를 찾아 지구 통행증을 돌려주려 하지만

22는 거절하죠 자신은 아직 부족하다며

불꽃을 찾지 못할 거라는 22에게

불꽃은 목적이 아니고 살아가는 과정이라며

22의 손에 꽃 이파리를 쥐어줍니다


불꽃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고

삶을 위한 마지막 상자는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채워진다며

'22 이제 네 차례야

난 이미 했으니 괜찮아

갈 수 있는 데까지 함께 가줄게'


푸른 별 지구를 향해

손을 잡고 날아가는 조와 22의 모습이

밝고 힘차고 희망찹니다

22를 배웅하고 다시 돌아온 조에게는

어머나~ 다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통행증이 기적의 선물처럼 주어집니다


이제 그는 순간의 소중함을 알아요

'매 순간순간을 살 거야'라고

기쁘게 외치거든요


영화 속 조의 엄마네 양장점과

뉴욕 거리의 재즈 클럽 '하프 노트'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엉뚱 상상을 해보며

나도 매 순간순간을 재미나게 살아야지~

다짐해 봅니다


문득 물음표가 따라붙네요

내 삶의 불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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