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869 미래를 모르니까 꿈을 꾼다

일본 영화 '라플라스의 마녀'

by eunring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꿈꿀 수 있다는

우하라 젠타로 박사(릴리 프랭키) 말이

덥석 마음을 열고 들어옵니다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라플라스의 악마가 된 켄토의 말도

그 나름 일리가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원자와 같아서

존재 가치와 의미가 없는 개체는 없으며

평범하지만 저마다 가치가 있고

함께 할 때 의미가 있다는

켄토의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수학과 과학 이론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되죠

원작 소설보다는 조금 부족하다는

영화 '라플라스의 마녀'를

괜찮은 영화인 걸로 일단 갈무리합니다


19세기 프랑스 천재 수학자이며

천문학자인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가

'라플라스 악마의 공식'을 말했답니다

모든 물질의 역학적 상태와 에너지를 알고

모든 데이터를 분석 가능한 능력과

지성을 가진 존재가 있다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대요

그리고 그런 능력을 가진 존재를

'라플라스의 마녀'라고 했다죠


과학 현상과 수학 공식이 나오자마자

수포자이며 과학과도 친하지 않은 나는

기가 죽고 움츠러들지만 시험 볼 것도 아니니

그런가 보다 하면서 영화를 봅니다

몰라 모르겠다고~ 머리 싸매는 것보다

자신의 한계를 쿨하게 인정하고

산책하듯 따라기는 것이 편하니까요


불가사의한 사건을 파헤치며

화학자로서 납득할 수 있는 답을 얻고 싶다는 아오에 교수(사쿠라이 쇼) 생각도 따라가 보고

스스로 라플라스의 마녀라는

마도카(히로세 스즈) 상처도 들여다보며

라플라스의 악마가 되려면 각오가 필요하다는

아마카스 켄토(후쿠시 소우타)

아픔에도 귀 기울여 봅니다

8년 동안 복수 생각만 했다는 그의 상처가

너무 어둡고 깊숙해서 안타까워요


살인사건의 가설을 세울 수 있다는

나카오카 형사(타마키 히로시) 생각도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되죠

'노다메 칸타빌레'의 치아키 선배였던

타마키 히로시의 형사 연기도 자연스럽습니다


연구소 앞에서 만나 40초 후 비가 온다며

우산을 건네고 가는 켄토와 마도카의

첫 만남은 후드득 빗방울처럼 싱그럽고

주사위의 숫자를 예측하는

켄토의 모습은 마냥 신기합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일련의 물리 현상으로 가능하고

조건만 갖춰지면 얼마든지 예측 가능하다며

무의식적으로 흘러가는 사람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는 것도

예측 가능성 때문이라는

우하라 박사의 친절한 과학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친구 아마카스 켄토를 찾으려는

우하라 교수의 딸 마도카에게는

10 살 때 호수가 보고 싶다고 조르다가

토네이도로 엄마를 잃은 아픈 상처가 있고

켄토가 가진 미래 예측 능력을 알고 난 후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같은 비극을 겪지 않기 위해

연구 목적의 수술과 임상 실험에 자원했던 것이죠


아마카스 사이세이 감독과 아들 켄토가

'폐허의 종' 촬영장에서 맞서는 절박한 장면에서

실패작 가족을 완벽한 가족으로 바꾸기 위해

인생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완성하겠다는

사이세이 감독의 모습이 어이없어요

세상에 완벽한 가족이 어디 있다고~


바람을 타고 돌파구를 찾는다는 말을 떠올리며

휘리릭 종이비행기를 날려

날아오른 자동차로 공기의 구멍을 뚫어

'폐허의 종' 세트장의 붕괴를 막는

마도카 역의 히로세 스즈는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사랑스러운 막내 스즈로 나왔었죠

여전히 상큼 발랄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신비로운 달무지개 아름답게 떠오르는

밤하늘을 바라보는 켄토와 마도카

앞날을 예측하는 능력 대신

미래의 꿈을 반납한 두 사람의 모습이

애틋하고 안쓰럽지만

달무지개는 행복을 주는 신호니까요


원작 소설을 읽어보면

뭔가 영화로 부족한 2%를

마저 채울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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