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04 행복의 맛
일본 영화 '행복의 향기'
잔잔한 요리 영화
'행복의 향기'의 시작은
토마토 달걀 볶음입니다
웍에 달걀물을 부어 휘젓다가
토마토를 넣어 섞는 모습으로
포근한 달걀의 노란 맛과
상큼한 빨강 토마토의 향기 뿜뿜~
행복의 맛은
미간에서 살포시 솟아나고
행복의 향기는 입꼬리에서 피어나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꽃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은 레스토랑 요리사의 딸로 자란
타카코에게 행복의 맛은
어릴 적 아버지의 오믈렛 맛이죠
주방을 맴돌며 꼼지락거리다가
아버지에게 혼이 나기도 하면서
정직하고 부지런히 일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 그녀에게는
아버지의 오믈렛이 소울푸드입니다
아빠를 여의고 할머니 손에 자라다
엄마에게 온 타카코의 딸 노리코에게
행복의 맛은 솜씨는 조금 부족하지만
사랑 담긴 엄마의 맛이고
손님들 가까이에서 요리하고 싶다는
소상해 반점 점주 왕 씨 아저씨에게
행복의 맛은 바다 건너 고향
소흥의 맛입니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면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몸이 가루가 될 정도로 일을 하고 온
어머니가 지어주시던 따뜻한 집밥이
그에게는 고향의 맛이고
어머니의 맛이고 그리움의 맛입니다
가나자와의 바닷가 동네 맛집
소상해 반점의 지점을 계약하기 위해
왕 씨 아저씨의 산정식과 바다정식을 먹으며
백화점 직원 타카코가 찾은 답은
바로 행복한 맛입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왔다며
왕 씨 아저씨에게 요리를 배우겠다는 그녀를 냉정하게 돌려보내고 눈발 흩날리는 밤
뒤따라 찾아오는 장면이 왠지 뭉클합니다
주변일들이 정리되면 가게로 오라고
할 말만 하고 돌아서는 왕 씨 아저씨는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한쪽 몸이 불편해져
더 이상 요리를 하면 안 되는 상황이거든요
요리 수업은 수프부터 시작합니다
그동안 읽은 요리책은 잊고
눈앞의 식재료에 집중하라며
엄격한 훈련에 들어갑니다
'식재료는 소중히 손놀림은 힘차게'
왕사부님 멋져요
손바닥이 상처투성이가 되도록
육수를 내고 칼질과 웍질을 배우는 그녀는
왕 씨 아저씨의 음식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다정한 맛이라고 하며
왕사부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왕사부와 제자 타카코
두 사람이 가진 저마다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따뜻한 요리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행복의 향기는
미간과 눈꼬리에 꽃처럼 피어나
입꼬리에서 꽃망울로 맺힙니다
영화의 시작이 달걀 토마토 볶음이듯
마무리도 포근하고 상큼한
한 접시의 달걀 토마토 볶음입니다
불편한 손으로 웍을 잡는 왕사부와
곁에서 보조하는 타카코의 모습이
다정한 아버지와 딸의 모습이라 흐뭇해요
23세 신부를 위한 만찬 준비를 위해
23년 묵은 소흥주를 사려고
두 사람이 함께 왕사부의 고향 소흥에 갔을 때
촌장의 환영모임에서 왕사부가
타카코를 자랑스러운 딸이라고 소개했거든요
왕사부의 고향에서는
딸이 태어나면
술을 담가 땅에 묻었다가
시집갈 때 꺼낸다고 하죠
몰라보게 발전한 상하이 구경도 하고
고향에도 들르는 왕사부에게는
독감으로 먼저 저 세상으로 간
아내와 어린 딸이 있으니
그리움 한 잔 필요한데
함께 잔을 기울일 타카코가 곁에 있어
눈발 날리는 겨울밤이 오히려 정겹습니다
다정한 친구님과
전화 통화를 나눈 행복한 이 저녁에
달걀 토마토 볶음 한 접시 만들어볼까요?
밥반찬으로도 좋고
빵이랑 먹어도 좋은 행복의 맛
엉성하고 어설프고 서툰 솜씨지만
지금 바로 도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