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05 달도 차면 기우나니
달님을 배웅합니다
잠이 덜 깬 서쪽 하늘에서
왼쪽 눈썹달인 그믐달을 볼 수 있다기에
일찍 눈을 떠 창밖을 내다봅니다
묵은해를 마무리하는 그믐달을 배웅하려는데
날이 뿌옇게 흐려서 오늘은 만나기 어렵겠어요
며칠 전 이른 아침 우연히 창밖을 내다보다가
서쪽 하늘에 떠 있는 하현달을 봤어요
한낮에 하얀 반달은 노래에도 나오지만
새벽달은 오랜만이라 반가워서
사진으로 찍어봤죠
나 어릴 적 울 아버지가
즐겨 부르시던 옛 가요 중에
'외나무다리'라는 노래가 있어요
어리디어린 꼬맹이 마음에도
구성진 아버지의 목소리가
듣기 좋으면서도 구슬퍼서
애잔한 슬픔이 느껴지곤 했던
아스라한 기억이 있습니다
노래 가사 중에 눈썹달이 나오거든요
1절에서 '복사꽃 능금꽃이 피던 내 고향'이
2절에서는 '어여쁜 눈썹달이 뜨는
내 고향'이 되는데요
꽃이 피어 예쁜 고향
달이 뜨니 고운 고향 노래인데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스며 그런지
지금 들어도 까닭 모를 슬픔이
달그림자처럼 먹먹하게 젖어듭니다
이름도 곱고 예쁜 눈썹달을 찾아봤어요
고운 눈썹 모양으로 보이는
초승달이나 그믐달을
눈썹달이라 부른답니다
웃으면 초승달처럼
가늘고 둥글게 되는 눈을
초승달눈이라고 하고
'초승달은 잰 며느리가 본다'라는
속담도 있어요
음력 초사흗날에 뜨는 초승달은
떴다가 바로 지기 때문에
부지런한 며느리만이 볼 수 있다는 거죠
슬기롭고 부지런한 사람만이
소소한 것을 살필 수 있다는 비유랍니다
초승달은 음력 3일 경 해질 무렵
서쪽 하늘에서 잠시 볼 수 있는데
금세 산 너머로 넘어가고
그믐달은 음력 27일 무렵
새벽녘 동쪽 하늘에
낮게 떠 있다가 해가 떠오르면
햇살의 눈부심에 가려진답니다
'왼금오초'라고 외운 기억이 납니다
초저녁에 잠깐 만날 수 있고
오른손으로 감싸 안을 수 있으면 초승달
새벽녘에 잠깐 만나볼 수 있고
왼손으로 감싸 안을 수 있는
눈썹달은 그믐달인 거죠
그런데요
달은 날마다 50분씩 늦게 뜬다는군요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이래요
달의 모양이 변하는 것도
달의 공전 때문이고 지구에서 바라보는
달의 밝은 부분이 달라지기 때문이랍니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햇빛을 반사하여 밤에 빛나니까요
재미난 건
설날에는 달을 볼 수 없다는 거죠
달의 모양이 바뀌는 데는 한 달
정확히 29일과 12시간이 걸리는데
달이 보이지 않는 날을
음력 1일로 정했기 때문이래요
추석날에는 항상 보름달이 뜨지만
설날에는 달을 볼 수 없답니다
학창 시절 과학시간에 배웠던 달의 위상이
새삼 알게 된 것처럼 신기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달은 여전히 동그란 모습으로
지구를 맴돌고 있듯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엄연히 존재하는
마음속 사람들과 세상 모든 만물에게
다정히 안부 인사 건네는
뿌옇게 흐린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