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09 햇살 아래 그림자놀이

인생의 그림자

by eunring

초록 잎새 무성히 드리우며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던 나무들이

잎사귀 떨구고 난 나뭇가지들만으로

살랑살랑 그림자놀이를 하고 있어요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의 눈부신 반짝임과

그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의 일렁임으로

나 잡아봐라~놀이를 하는 듯해요


어릴 적 친구들이랑

햇살 쨍한 학교 운동장에서

그림자밟기 놀이를 하던 생각이 납니다

오늘처럼 그림자가 생기는 맑은 날

가위바위보를 해서 술래가 된 친구가

다른 친구들의 그림자를 쫓아다니며

밟고 밟히는 재미난 놀이였죠


그림자가 선명하게 생기는

저녁이나 달빛이 훤한 달밤에는

동네 친구들이랑 마당이나 골목에서

그림자밟기 놀이를 하기도 했어요


술래에게 그림자를 밟히지 않으려고

요리조리 피해 달아나거나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그늘에 숨어

여유를 부리기도 하던

그 순간의 철없는 까불거림이

아련히 그립습니다


저녁이면 동생들이랑

불빛에 손 모양을 비추어

벽에 그림자를 만들며 놀기도 했었죠

솜씨가 좋은 삼촌이나 고모 들은

뿔이 난 도깨비나 주전자 모양도 만들었어요


진짜인 듯 귀 쫑긋 강아지나 고양이

입을 앙 벌린 여우와 오리와

새 그림자를 만들기도 하고

멍멍 강아지 짖는 소리나

짹짹 새소리까지 더해지면

신기하고 재미난 놀이가 되었어요


불빛 아래서 손으로 흉내 내기부터

단순한 재미로 시작된 그림자놀이는

종이나 막대 등을 이용하기도 하다가

그림자 연극으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인도의 손가락 예술은

수련을 쌓은 전문가들의 예술이고

피영(皮影)이라 부르는 중국의 그림자극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었다죠


그림자가 재미난 놀잇감이 되고

단순한 놀이가 향기로운 예술로

발전하고 진화한 것을 보면

세상에 그냥 생기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한 줌 햇살도 이유가 있고

한 자락 바람도 사연을 안고

불어온다 생각하며 내다본 창밖에

오후의 긴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하루의 그림자도 뜻이 있고

사랑의 그림자도 길이 있고

제각각 인생의 그림자도

저마다 방향이 있는 거라는 생각을 하며

친구들아 노올자~

엄마들이 밥 먹자 부를 시간에

친구야 노올자~부르면 혼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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