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23 마음을 다독이는

일본 영화 '심야식당 2'

by eunring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을 재밌게 보았었죠

고단한 인생을 다독이고 어루만지는

심야식당 음식의 따스함에 반하고

고달프지만 주저앉지 않고

힘차게 다시 일어서는 모습들이

보기에 좋았어요


정이 담긴 맛있는 음식들을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기운이 나고

정다운 사람들과 오가는 대화와

진심 어린 눈빛들 속에서

잠시 따뜻한 위로를 얻기도 합니다


소박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냇물처럼 잔잔히 풀어내고

깊은 여운과 따뜻한 감동을 주는

심야식당이 근처 어딘가에 있다면

잠 안 오는 새벽에 친구와 함께 들러서

우동 한 그릇 먹고 싶어요


오프닝은 늘 그렇듯이

마스터(코바야시 카오루)의

고즈넉한 독백으로 시작합니다

'하루가 저물고 모두가 귀가할 무렵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사람들은 심야식당이라 부른다

손님이 있냐고? 의외로 꽤 많이 와'

오프닝 멘트는 엔딩 멘트로도 되풀이되는데

마음을 다독이는 마스터의 목소리가

차분하고 편안합니다


먹고사는 이야기가 우리 인생에

참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음식에 담긴 사랑과 추억 때문이 아닐까~

영화 '심야식당 2'를 보면서

다시 또 곰곰 생각해 봅니다


'인간이란 슬플 때도 배는 고파지는구나'

장례식을 다녀오는 길에 심야식당에 들른

아야타 토시키 할아버지의 말처럼

슬프고 아프고 지치고 고단할수록

따뜻한 밥 한 끼가 더 귀하고 소중한

누구에게나 매한가지겠죠


노리코(카와이 아오바)의 소울푸드는

불고기 정식이랍니다

고단한 일상에 지칠 때면

상복 차림으로 외출해서 거리를 헤매다가

심야식당 마스터의 불고기 정식으로

마무리합니다


우연히 사랑에 빠진 남자가 하필이면

범죄자로 밝혀져 실연의 상처를 안고

도쿄를 떠나기로 결심하는 노리코에게

'불고기 먹고 힘내라'는 마스터의

응원이 힘이 되고 위로가 되겠죠


볶음우동과 메밀소바에 담긴

철없으나 철들어가는

세이타의 사연도 가슴 찡해요

여자 나이가 15살 위면 많아도 너무 많다며

엄마 세이코는 반대하는데

가게도 지키고 결혼도 하겠다는 세이타가

사오리와 친해진 게 소바 덕분이거든요


장어덮밥과 소바를 시켜 먹던 사오리가

소바만 시키자 위가 안 좋으냐며

위장약을 가져다준 인연으로 사귀게 되었던 거죠

어디든 둘이 떠나자는 세이타에게

어머니를 두고 떠날 수 있는 남자였으면

좋아하지도 않았다며 헤어지자고 하는 사오리


마스터가 세이코에게 소바를 대접하며

맛을 평가해달라고 하자 한 입 먹고는

퍼석퍼석하다고 하던 세이코는

가게를 다시 일으키겠다는 마음으로

세이타가 열심히 배워 만든 소바라고 하자

맛없다면서도 울음 반 웃음 반 소바를 먹어요


다시 어머니를 설득하러 오는

세이타와 사오리에게

맑은 풍경 소리를 울려주며

'이 소리처럼 맑고 깨끗하게 살아야 해'

시장 골목 풍경 장수 아저씨 센스쟁이죠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에는

보이스피싱 사기에 걸려 규슈에서

도쿄까지 오게 된 유키코 할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이 담깁니다


손님들이 원하면 무엇이든 만들어주지만

메뉴판에 적힌 유일한 메뉴는

마스터가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인정받은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이랍니다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을 먹으며 맛있다는

유키코 할머니에게는 어릴 적 두고 나와

평생 잊지 못하는 아들이 있어요

아들 카즈야는 만나지 않겠다고 하지만

먼발치에서 아들 카즈야의 가족을 볼 수 있게

코구레(오다기리 조)가 도와주는 장면은

가슴 뭉클합니다


유키코 할머니가 떠나기 전날

마스타에게 부탁하는 음식도

첫날과 마찬가지로 돼지고기 된장국입니다

아들이 좋아하던 음식이라

아들을 버리고 떠난 후 한 번도 먹지 않은

가슴 아픈 음식이었던 거죠


2층에 잠복중인 형사님들이 먹는

스키야끼도 맛있어 보입니다

샤부샤부처럼 고기와 채소를 국물에 살짝 익혀

달걀노른자에 적셔 먹는 고소한 맛이

기억 속에서 튀어나와 혀 끝을 감돌아요


'무엇을 먹느냐보다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단골손님 후와 만사쿠 할아버지의 말씀이

딩동댕~ 정답입니다


뭔가를 먹을 때마다 수첩에 꼬박꼬박

메뉴의 이름을 적던 만사쿠 할아버지가

어느 날 문득 적지 않는 걸 보고

왜냐고 묻자 중요한 건

'무엇이 아니라 누가'라고

감성 충만한 명답을 똭~!!


일상에 지친 고단한 마음들이 모여

따뜻한 음식으로 서로를 다독이는

'심야식당' 시리즈 애정합니다

지치거나 외로우면 배도 고프고

때로 맛있는 음식 한 그릇으로

마음의 허기를 채울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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