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33 꿈을 바꾸면 철이 들까요?

영화 '라라랜드'

by eunring

같은 영화라도

다시 보면 또 다릅니다

'라라랜드'도 그렇습니다

볼 때마다 스며드는 느낌이

미묘하게도 조금씩 다릅니다


강 건너 봄이 가까이 다가와서인지

'라라랜드'의 사계절 색감이 눈에 들어와요

언덕 위에 차분히 내려앉는

보랏빛 저녁놀이 유난히 아름답고

봄날의 사랑은 보송보송

노랑과 초록으로 젖어듭니다


상큼한 노랑 원피스의 미아(엠마 스톤)가

빨강 셔츠 입은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에게

소방관 역 오디션에 필요하다며

빨강 셔츠를 빌려달라고 하자

그 나름 진지한 뮤지션이라고 대꾸하는

세바스찬의 눈빛 매력에 빠져들기도 하고~


얼마 전에 본 영화 '노트북'에서

휘트먼의 시를 읊던 문학소년이었는데

'라라랜드'의 재즈 뮤지션으로도 잘 어울리는

라이언 고슬링 대체 못 하는 게 뭐람?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은색 불빛이 바다로 이어지네

우연히 마주친 풍경 속에

하필 당신과 나야

당신은 내 스타일이 아니야'

보랏빛 저녁놀을 배경으로 노래하며

걸음걸음 서로에게 다가서는

세바스찬과 미아의 모습이

로맨틱합니다


솔직히 아무 느낌 없다고

멋진 이 밤이 아깝다고 노래하며

춤을 추는 두 사람 멋지고 사랑스러워요

도시를 내려다보는 언덕에서 탭댄스를 추며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 안으로

탁탁 타다닥 들어섭니다


바리스타로 일하며 배우를 꿈꾸는 미아는

배우 이모를 따라가 영화를 보다가

이모랑 영화 재연 놀이도 하며

배우의 꿈을 키우는데요


재즈가 질색이라는 미아에게

재즈의 뿌리와 배경을 설명하는

세바스찬의 눈빛이 사뭇 진지합니다

재즈는 결코 편한 음악이 아니라고

직접 눈으로 그 치열함을 봐야 한다며

재즈바에 미아를 데려갑니다


서로 경쟁하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충돌과 타협을 적절하게 반복해가며

매번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가는

재즈는 열정이고 꿈과 같다고

자신의 재즈 클럽을 열겠다는 당찬 꿈을

가슴에 품고 있는 세바스찬 멋져요


보랏빛 저녁놀을 배경으로

세바스찬이 노래하는

별들의 도시 La La Land는

로스앤젤레스의 별칭이며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라는

의미를 가진답니다


초록 드레스를 입고 나비처럼

세바스찬에게 달려가는 미아는

상큼하고 풋풋한 풋사과 같아요

영화를 보며 손을 잡다가 마음이 통한

세바스찬과 미아가 우주의 별들 속에서

자유롭게 날아오르며 춤을 추는 장면은

눈부시게 환상적입니다

그러나 빛나는 순간은 영원하지 않아요

미완성이어서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사랑의 순간입니다


미아가 1인극을 쓰기 시작하는

여름날의 사랑은 파랑과 빨강입니다

빨강 셔츠에 파랑 치마를 입고

세바스찬의 재즈 연주에 맞춰

사랑스럽게 춤을 추는 미아는

이제 재즈를 좋아합니다


키보드 주자를 찾는 친구 키이스를

만나게 된 세바스찬에게

클럽 이름 '셉스'를 선물하는 미아는

열정을 다해 1인극을 준비하죠

친구 키이스의 밴드 투어에 합류하는

세바스찬의 진파랑 옷이 깊숙한 바다 같아요

사라져 가는 재즈를 지키고 싶다는 세바스찬에게

전통만을 고집하면 어떻게 재즈를

지킬 수 있느냐는 키이스의 말도 옳긴 합니다


'별들의 도시

너만을 위해 반짝이는가'

검정 옷의 세바스찬과 보랏빛 옷의 미아가

함께 부르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의 도시는

두 사람을 위해 밝게 빛날까요?


가을은 작별의 시간답게 어두워집니다

밴드 투어를 계속하는 세바스찬과

1인극을 준비하는 미아 사이에

안타까운 갈등이 시작되거든요


자신의 꿈을 접어가며 하는

밴드 연주가 좋으냐 묻는 미아에게

모두가 외면할 클럽을 열 수는 없다고

이제야 사람들이 원하는 음악을 하게 되었다는

세바스찬 사이를 찬바람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미아의 1인극 공연 날

갑자기 잡힌 화보 촬영이 늦어지는 바람에

세바스찬은 공연 시간에 맞춰 가지 못하고

미아의 공연은 실패의 쓴맛을 남깁니다


재능이 없다는 뒷담화를 들으며

좌절하는 미아는 고향집으로 떠나죠

'재능은 없는데 열정만 넘치는

나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였나 봐'

미아의 대사가 가슴 아파요


미아의 캐스팅 제의 전화를 받은

세바스찬이 미아의 고향집으로 찾아와

오디션 소식을 전하지만 감당 못한다고

재능이 부족하다며 꿈을 바꾸면 철이 드냐는 미아의 말이 가슴 먹먹합니다


집 앞에 도서관이 있다는

그녀의 한마디만으로 무턱대고

집을 찾아와 한밤중에 빵빵 경적을 울려댄

세바스찬의 응원이 큰 힘이 되어줍니다


오디션에서 진심을 다해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꿈꾸는 바보들을 위한 노래죠


'꿈꾸는 사람을 위해

비록 바보처럼 보일지라도

상처 받은 심장들과 망가진 삶을 위해

그녀는 말했죠 살짝 미쳐야 한다고

그럼 새로운 색깔이 나타나

우리를 안내한다고

꿈꾸는 바보들을 위해

상처 입은 가슴을 위하여

우리의 시행착오를 위하여'


미아가 오디션을 보고 난 후

그리피스 공원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우리 지금 어디쯤 있는 거지?'

묻는 미아에게 세바스찬은 대답합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언제나 자기를 사랑할 거야'라는

미아의 눈빛이 애틋합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의 대화가

가을바람처럼 쓸쓸하면서도 뭉클합니다

함께가 아닌 각자의 꿈을 향해

서로 다른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에도

사랑의 눈빛만큼은 진심이니까요


5년 후 겨울

바리스타로 일하던 카페에서

아이스커피 두 잔을 사는 미아는

이제 꿈을 이룬 여배우입니다

결혼도 하고 딸을 기르는 엄마가 되었네요

남편과 공연장으로 가는 길이 막히자

중간에 내려 저녁을 먹고 지나는 길에

재즈클럽으로 들어가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셉스'입니다


세바스찬의 재즈 클럽이 만석입니다

밴드 소개를 하다가 미아를 본 그는

혼잣말처럼 나직이 중얼거리죠

'웰컴 투 셉스'

피아노에 앉아 연주를 시작하는

그를 바라보는 미아의 눈빛이 아련합니다

지나간 추억의 시간들이 반짝이며 흐르고

연주는 아름답게 무르익어요


두 사람이 함께 했던 시간의 눈부심으로

함께 할 수 없는 미래의 나날들도

향기롭게 물들어가겠죠

더는 함께 할 수 없는 아쉬움까지도

함께 나눈 지난 시간의 열정으로

아름답게 다독일 수 있을 거예요


작별의 순간 건네는 미아의 애틋 미소와

세바스찬의 눈빛에 머무르는 먹먹함으로

진하고 깊은 여운을 남기며

별들의 도시 이야기는

The End


아쉬우니 인생이고

안타까운 것이 사랑이지만

다시 묻고 싶어요


별들의 도시는

누구를 위해 빛나고 있는지~?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 보자는

세바스찬의 대답이 정답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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