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34 일상의 아름다움

영화 '패터슨'

by eunring

시를 쓰는 일상의

잔잔하고 담백한 아름다움이라기에

우두커니 바라봅니다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라기에

물끄러미 들여다봅니다


미국 뉴저지 주의 작은 도시

'패터슨'에 사는 '패터슨'이라는 이름의

버스 운전기사의 잔잔한 일상을

시처럼 그린 영화랍니다


영화의 제목과 주인공의 이름이 같아요

짐 자무시 감독은 오래전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시를 읽고

감동을 받아 패터슨을 여행하며

영감을 얻었답니다


주인공 패터슨(아담 드라이버)은

버스 운전을 마치고 나면

아내 로라(골쉬프테 파라하니)와

저녁을 먹고 애완견 마빈과 동네 산책도 하고

동네 바에 들러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역시

패터슨 시에서 태어나 의학을 공부하고

고향 패터슨에서 의사로 지내며

시간이 나는 대로 틈틈이

평범한 일상의 삶을 시로 썼다고 해요


패터슨에게는 노토가 하나 있어요

반복되는 일상 속 조금씩 다른

삶의 소소한 기록들을

일기처럼 편안하게 적고

시처럼 담담하게 써 내려갑니다


어느 토요일

잔잔히 흐르던 패터슨의 일상이

마구잡이로 흐트러지는 일이 생깁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컵케이크를 구워

농산물 직판매장에 팔러 나갔다가

완판 신화를 쓰고 기분 좋게 돌아온 로라가

패터슨의 컵케이크 여왕 로라답게

저녁 식사와 영화 데이트로 한 턱 쏩니다


문제는 강아지 마빈이 벌이게 되죠

늘 지하실에 두었는데 그날따라

소파에 놓아두고 간 패터슨의 시 노트를

집을 지키던 강아지 마빈이

바사삭 산산조각을 내버린 거죠


일요일 아침 상심한 패터슨은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시집을 들고

조용히 마빈을 향해

'너 마음에 안 들어 마빈'

다만 그렇게 중얼거릴 뿐입니다


미안해하는 로라에게 괜찮다며

'그냥 물 위에 쓴 말들'이라는 패터슨은

마음을 달래러 산책을 나갔다가

며칠 전 실연의 아픔을 한 잔 술로 달랜

에버릿을 만납니다


우울해 보인다며 에버릿이 건네는 말은

'그래도 매일 해는 뜨고 진다

오늘만 날이 아니라'며 웃어요

스쳐 지나가는 에버렛의 말이

패터슨에게 조금은 위로가 되었을까요?


우두커니 개울가 의자에 앉아 있는

패터슨의 곁으로 다가오는

일본 시인(나가세 마사토시)과

패터슨 출신의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패터슨 시집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요


자신은 '패터슨의 그냥 버스 기사'라는

패터슨의 대답이 시적이라며

프랑스 시인 뒤프레가

기상학자였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도 의사였다고 하죠


시로 숨을 쉰다는 일본 시인은

자신의 시는 일본어인데

번역은 안 한다고 합니다

시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것은

'우비를 입고 샤워하는 것과 같다'라는

일본 시인의 말에 패터슨은 고개를 끄덕이죠

나도 함께 고개를 끄덕끄덕~^^


내일 오사카로 돌아간다며

일본 시인은 빈 노트를 선물합니다

'때로는 빈 페이지가

더 많은 가능성을 선물하죠'라며

덤으로 아하! 를 건넵니다


아하!

빈 노트를 펼치고 잠시 들여다보던

패터슨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말들을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적어나가죠


'할아버지가 즐겨 부르시던

옛 노래가 하나 있다

같은 질문이 반복되는데

가끔씩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사는

차라리 물고기가 될래?

나머지 가사는 없어도 된다'라는

패터슨의 시가 담담하고 평온합니다


다시 월요일

그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패터슨의 그냥 버스 운전기사 패터슨으로

그러나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시로 쓰는 시인 패터슨으로 돌아와

시 노트를 다시 차곡차곡 채워가게 되겠죠


시로 하루하루의 발자국을 남기는

시인 패터슨을 응원합니다

사색하는 하루하루가

일상의 아름다움으로

잔잔히 채워지기를~


우리의 일상도

금빛으로 눈부신 햇살과

가만가만 봄이 오는 연둣빛 소리들로

곱고 차분히 채워지기를~아하!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를 위로하다 933 꿈을 바꾸면 철이 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