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5 근심 없는 궁전
근심 없는 나무 그늘 아래
집콕 생활 중인 1인에게도
하루하루가 쏜살같이 흘러갑니다
영화 채널과 아르떼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놀아요
마음이 당기는 영화가
눈에 쏙 들어오면 영화를 보며 놀고
마음이 당기는 영화가 없을 땐
습관적으로 아르떼 라떼 한 잔 하며
게으른 시간을 누리고 여유를 부리죠
개운한 커피 한 잔 마시고는
덤으로 아르떼 라떼를 마시거나
아르떼 풍경을 보며
귀호강에 눈호강까지 제대로 합니다
귀에 익은 음악은 귀에 익은 대로
낯선 풍경은 낯선 풍경대로
스치듯 보고 듣는 재미가 그 나름 괜찮은데요
집중하기도 하고 몰입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딴생각하며 스쳐지나기도 합니다
그러다 눈에 번쩍 띄기도 하고
귀가 활짝 열리기도 하죠
'근심 없는 궁전'이라는 멘트에
딴짓 딴생각 멈추고 들여다봤어요
세상에 근심 없는 궁전이라니~
독일의 베를린 남서쪽의 작은 도시
포츠담은 포츠담 선언으로 기억하는데요
프로이센의 왕들이 사랑한 도시답게
그림처럼 아름답고 화려하고
웅장한 궁전들이 있는데
상수시 공원 중앙 언덕 꼭대기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상수시 궁전이 있답니다
프로이센의 국왕 프리드리히 2세의
여름 궁전이었던 상수시 궁전은
그리 크지 않고 소박하다죠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했던
프리드리히 2세의 생각이 담겼답니다
소박하고 단아한 모습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화려해진다는군요
정원으로 내려가는 계단 양쪽으로
송이송이 포도송이 넝쿨이 드리워져
감성 충만한 발코니처럼 보인대요
겉모습은 베르사유 궁전을 닮았으나
실내장식은 로코코 양식이어서
바로크 양식 궁전 대표가 베르사유 궁전이라면
로코코 양식 궁전 대표가 상수시 궁전이랍니다
상수시는 프랑스어로 '근심이 없다'라니
상수시 궁전은 '근심이 없는 궁전'인 거죠
이 궁전에서만큼은 근심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랄 만큼 근심이 많았던 걸까요?
프로이센의 왕과 독일 황제 통틀어
대왕으로 불린 유일한 왕 프리드리히 2세
그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답니다
어머니를 닮아 예술과 철학을 좋아했으나
엄격한 아버지 아래서 제왕의 도를 익혔으니
자유와 엄격이라는 이중잣대에
마음과 영혼이 짓눌렸을지도 모르죠
제왕도 아니고 공주도 아닌 나는
근심 없는 궁전을 가지지 못했으나
친구님이 보내준 은사시나무 사진
평온하고 다정한 그늘 아래
마음을 누이고 파란 하늘 우러르며
근심 없는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