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64 나무야 안아줄게

겨울옷을 벗다

by eunring

겨울옷을 벗었습니다

내가요? 아니 아니요

내 겨울옷은 아직 들어갈 때가 아닙니다

매운 꽃샘바람이 지나가고

훈풍이 불어올 때까지는 두툼한 패딩이

늠름하게 제자리에 걸려 있어야

마음이 놓입니다


겨울옷을 벗었습니다

아파트 화단의 막내 나무가요

겨우내 둘둘 감고 있던

지프라기 옷을 벗고

맨몸으로 봄을 맞이합니다


한겨울 추울까 봐

그리고 병충해를 예방하려고

어리디어린 배롱나무가 입고 있던

겨울옷이 사라진 자리가 휑해 보입니다


여린 가지 끝에

애틋한 새 순과 꽃눈을 머금고

인생은 뷰티플 대신 나무는 뷰티플

봄날은 원더풀이라고 소곤거리는 듯

꽃샘바람을 의연하게 끌어안고 웃는

어린 배롱나무를 눈으로 안아줍니다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이 더 순정하고

어리다고 얕보지 말라며

맨몸으로 바람 옷을 걸쳐 입고

봄을 마중하는 의연한 모습이

듬직하고 든든합니다


나무야 안아 줄게

마음으로 듬뿍 안아 줄게~

함께 봄 마중하자고 속삭이며

내 마음을 살며시 기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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