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92 딸기와 음악의 시간
슈베르트 '음악에 부쳐'
초록 마트에서 딸기를 샀는데
하얀 레이스로 장식을 한 고운 모습이
악보에 그려진 음표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한참 들여다봅니다
새콤달콤하고 올망졸망한 딸기들이
상큼한 봄노래를 부르는 것만 같아요
레이스 옷을 입은 딸기 합창단 같아서
혼자 실없이 웃어봅니다
초등학생 시절 합창을 할 때
선생님으로부터 립싱크를 명 받은
뾰족한 아픔의 기억 덕분에
나는 음치다~라고 못 박아 두고는
입은 닫고 귀만 열어둔 채 지내던
음악시간이 그래도 참 좋았습니다
짤막하고 쉽지만
음악적으로도 뛰어나다는
슈베르트의 독일 가곡 '음악에 부쳐'를
학생 시절 음악시간에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입만 달싹대며 부르던 생각이 납니다
편안한 여운과 여백의 미를 안겨주던
아름답고 순수하고 단순한 멜로디는
후원자이며 다정한 친구였던
프란츠 폰 쇼버의 시에
스무 살 눈부시게 젊은 나이의
슈베르트가 곡을 붙였답니다
슈베르트는 절친 쇼버의 시로
12편의 가곡을 작곡했는데
귀에 익숙한 곡이 '음악에 부쳐'
학생 시절 음악시간에 배운 노래입니다
1분 30초 정도의 짤막한 곡에
음악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듬뿍 담겨있죠
슈베르트의 순수하고 고결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서 마음이 순해집니다
'그대 사랑스러운 예술이여
고단한 삶이 나를 휘감아도는
잿빛 시간들 속에
그대 내 마음에 따뜻한 사랑의 불을 지피고
나를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어주오
종종 그대의 하프에서 흘러나오는 탄식의 소리
그대의 고결하고 감미로운 화음은
아름다운 시간의 하늘을 내게 열어주었으니
그대 사랑스러운 예술이여
나 그대에게 감사하오'
레이스 옷을 입은 딸기 합창단과 함께
'음악에 부쳐'를 노래합니다
곁에 아무도 없으니
립싱크 대신 생목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