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96 조율의 시간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현장감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화는 고소한 팝콘과 함께 영화관에서
공연은 공연장에서 보는 걸 좋아하지만
바이러스의 습격 이후
조신하게 집콕 생활 중이라
안방 1열 관람으로 만족합니다
그래도 가끔은
영화관과 공연장과 전시회장의
설렘과 기대감과 진지함이
그립고 아쉽습니다
오케스트라 공연을 시작하기 전
악장의 지시에 따라
단원들이 저마다의 악기를 조율하는
조심스럽고 숙연한 시간 속에서
저마다의 음색을 드러내며
약속을 나누는 듯한 악기들의 속삭임과
연주자들의 섬세한 숨소리가
문득 귀에 선합니다
조율은 악기의 음을
표준음에 맞추어 고른다는 뜻이죠
악기들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공연하기 바로 직전에
무대 위에서 조율을 한답니다
조율의 시간에
라 음으로 음을 맞추는 이유는
모든 현악기에 라 음의 현이 있어서
진동수가 매초 440 헤르츠인
라 음을 표준음으로 정하고
오보에의 음을 기준으로 조율한답니다
오보에가 다른 악기들보다
정확한 라 음을 낼 수 있기 때문이래요
파파 하이든은
'교향곡 제60번' 4악장에서
오케스트라 조율의 시간을
음악적으로 재미나게 표현했답니다
1774년 여름
에스테르하지 궁전에서 공연된
'멍청이'라는 연극에서
서곡과 함께 연주된 곡이
교향곡 제60번인데요
고전주의 작곡가 하이든은
'산만한 사람'이라는 별칭을 가진
교향곡 제60번 4악장의 일부에
현악기들이 맥락 없이 연주를 멈추고
조율하는 부분을 넣었답니다
음악에서 유쾌한 농담을 일삼던
하이든의 기발한 재치가 깃든 곡이라죠
꽃 피는 봄의 소리에도 조율이 필요하고
봄을 맞이하는 내 마음의 소리에도
조율이 필요한 시간
파파 하이든의 교향곡에
잠시 귀를 기울입니다
평생 선한 마음으로 살며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했다는
파파 하이든의 즐거운 음악 속에 깃든
따사로운 지혜를 배우고 싶습니다
봄바람이 느닷없이 불어와
꽃나무 가지를 흔들며
마음까지 산만하게 흔들어대는
지금은 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