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000 쌉싸름 솔잎 향기의 추억
막내와 소나무
쌉싸름한 솔잎 향기의 추억이
단톡 방 막내님에게도 있답니다
모델처럼 키 훌쩍 늘씬하고 예쁘고
솜씨 좋고 손끝 야무진 막내님이
출근길 버스 안에서 보내온
솔잎 향이 잔잔합니다
'그 늦은 봄
갈색으로 조금씩 떨어지는 솔잎을
살살 갈퀴로 긁어 모아 톡톡 쳐서
인절미처럼 네모 반듯하게 만들어
새끼줄로 야무지게 묶어놓으면
돌아가신 큰오빠가 지게로 지고 내려와
부엌 한편에 내려놓았죠
엄마가 가마솥 중에 제일 작은
앙증맞은 옹솥에 쌀을 안치고
갈색 솔잎으로 불을 지펴서 밥을 해주면
세상에 다시없는 엄마의 밥
내 엄마의 가마솥밥이 되곤 했어요
요즘 흔히 말하는 엄마의 가마솥밥이죠
그 밥맛을 잊을 수가 없어
별의별 솥을 다 사서 밥을 해 보아도
갈색 솔잎 태워 지은
엄마의 옹솥 밥맛은 안 나더라고요
지금은 연료가 충분한 시대라
산에 가면 솔잎이 지천으로 쌓여 있는데
그걸 보면 살살 긁어모으고 싶어져요
저는 몇 번 해 보지는 않았지만
연료로 쓰이던 솔잎의 추억이 있답니다
제가요 농부의 딸로 시골 출신인 데다
동네 친구들의 왕초였어요
지금 생각하니 어릴 적 그 친구들이
우리 집 광에 그득하게 쌓인
온갖 먹거리와 친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서로 경쟁하느라 몇 줌 안되는 솔잎을
내게 많이 몰아주곤 했던 기억이 나요
그 시절 귀했던 땔감으로 쓰였던 솔잎
쌉싸름 추억의 향기에 젖어
출근길 버스 안에서 웃어봅니다'
솔잎 향 잔잔히 밀려와
더불어 함께 웃어보는
이 아침 추억의 아침 향기도
솔잎 향처럼 쌉싸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