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7 보거스는 어디 있나요?

영화 '보거스'

by eunring

믿는다면 이루어진다니

믿고 봅니다 '보거스'

일곱 살 꼬맹이 앨버트(헤일리 조엘 오스먼트)의

귀엽고도 슬프고 사랑스러운 눈망울에 반해서

오래된 영화가 주는 상상의 힘과

아날로그 감성에 대책 없이 빠져듭니다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쇼단에서 일하다가

뜻밖의 자동차 사고로 죽게 되는

엄마 로레인의 장례식날

파란 하늘 높이 비둘기 고메즈를 날리며

잘 다녀오라고 작별의 인사를 건네는

마술사 안톤의 결에서

엄마는 절대 울지 않았다며

입 꼭 다물고 울지 않는 앨버트가

안쓰러워서 어루만져주고 싶어요


주변 친척도 없고

아빠는 일찌감치 줄행랑

떠돌이 단원들은 집이 없으니

앨버트를 키울 수 없다는데

양언니 해리엇(우피 골드버그)에게

앨버트를 맡겨달라는

엄마의 편지가 나오죠


천성이 엄마 될 사람이 못 된다는

해리엇에게 가기 위해

앨버트는 혼자 비행기에 오릅니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이름을 따서 앨버트라고

아빠는 죽었다고 웃으며 대답하는 앨버트가

승무원이 가져다준 색칠공부책을 펼치고

그림 속 동그란 얼굴에 웃는 입을 그려 넣자

그림 속 얼굴이 앨버트에게 말을 걸어요


화장실 안에 들어가 처음으로

엄마 생각에 눈물 흘리며 우는 앨버트에게

색칠공부 그림책 속 얼굴

보거스(제라르 드빠르디유)가

짠~하고 나타납니다

엄마는 꼭 필요한 사람이지만

대모 해리엇도 필요한 사람이라며

보거스가 앨버트를 다정히 달래줘요


귀여움 한도를 왕창 초과한 앨버트는

앨버트의 눈에만 보이고 들리는

딱풀 같은 수호천사 보거스와 함께

인생에 지름길은 없다고 외치는

대모 해리엇의 집으로 가는데요

엄마랑 단짝이었다는 해리엇은

혼자 오래 살아왔기 때문에

앨버트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요


누가 뭐라든 보거스를 진짜라고 믿는 앨버트가

투명인간 친구 보거스랑 노는 모습을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린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해리엇에게

자신에게도 그런 보이지 않는 친구가 있었다며

어릴 적에 턱시도를 입은 작은 사람이

귀에 대고 다정히 속삭여줘서

외로움을 견디며 살았다는

여직원의 말이 재미납니다


혼자 말하고 혼자 노는 앨버트에게

해리엇이 눈에 안 보이면 없는 거라고 하자

마법을 안 믿어서 그런 거라고

앨버트가 멋지게 받아치고

마법 같은 건 없는 거라고

해리엇이 되돌려줍니다


사업상 투자가 필요해 은행 직원 밥을

창고에 데려가는데 앨버트도 함께 데려가

창고에 쌓인 유리그릇에 보거스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는 상상놀이를 하는

앨버트에게 맞장구를 쳐 주며

아들의 생일파티에 초대하는 밥은

아이들의 마음을 아는 따뜻한 어른입니다


앨버트에게 눈에 보이는 친구랑 놀라고 하는

해리엇에게도 드디어 마침내 들려요

보거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요

보이지는 않으나 인기척이 들려요

앨버트의 장난을 받아주기 시작하는

어른이 해리엇 제법 귀엽습니다


보거스라는 단어는

가짜라는 선생님의 말씀에도

끝까지 보거스는 친구라는 앨버트는

밥의 아들 생일파티에 해리엇과 함께 가죠


마법의 상자 마술이

이중문 속임수임을 알고 있는 앨버트는

집에 돌아와 해리엇에게 안톤에게서 배운

마술을 멋지게 보여주는데

일하느라 시간이 없다며 밀어내는

해리엇 때문에 앨버트 맴찢~


은행 대출도 막힌 해리엇은 힘들어지는데

앨버트는 안톤과 바벳의 마술 공연을 보기 위해

버스로 두 시간 거리의 도시로 몰래 떠나고

버스 꽁무니에 위태롭게 붙어 따라가는

수호천사 보거스의 책임감 칭찬해요


함께 있고 싶다는 앨버트에게

사랑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는

안톤과 바벳의 마음도 아프긴 매한가지

편안하게 자라는 안톤의 마술이

앨버트에게는 통해요


엄마가 보고 싶다며

보거스의 세상으로 가고 싶다는 앨버트에게

상상의 세계일 뿐 진짜가 아닌 가짜일 뿐이라

위험하고 길을 잃을 수 있다는 보거스의

진심 어린 위로가 따스합니다


해리엇이 앨버트를 데리러 오죠

'이젠 여기가 네 집이야 우리 집'

잠든 앨버트를 침대에 눕히며

혼잣말을 하는 해리엇은

자신이 앨버트 병에 걸렸다며

앨버트처럼 중얼중얼 혼잣말을 한다는데

'믿어보라고 그럼 보일 거'라고

보거스가 덧붙입니다

'난 당신의 일부예요 해리엇'


티격태격 싸우다가

어린 해리엇도 혼자 놀며

오지도 않을 엄마의 편지를 기다렸다고

내가 어릴 때는 왜 안 왔느냐 묻는 해리엇에게

상냥하고 사랑할 용기가 있는 해리엇을

앨버트도 좋아할 거라고 보거스가 다독이자

아닌 밤중에 어린 소녀 해리엇이 되고

드레스를 차려입은 숙녀 해리엇이 되어

보거스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요


상상 속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앨버트에게

손 내밀어 용기를 주는 해리엇은

진심 가득한 눈물을 내보이며

앨버트를 끌어 안아요

'여기 있으렴 앨버트

네가 필요해 가족이 되도록 노력할게

좋은 엄마가 뭔지 잘 모르지만 노력해 볼게'

그렇게 말하는 해리엇은

이미 앨버트의 엄마인 거죠


꽃을 들고 엄마의 무덤 앞에

나란히 손잡고 선 앨버트와 해리엇은

친구처럼 친해지고

가족처럼 정겨운 모습입니다


웃으며 바라보다가

안녕~ 작별인사를 건네는 보거스

'혹시 내가 필요하면 불러만 줘요'

찡긋 윙크를 남기고 긴 코트자락 펄럭이며

자신을 필요로 하는 외로운 아이에게

성큼 다가서는 엔딩이

흐뭇합니다


보거스~ 어디 있나요?

어른이인 나에게도 가끔은

보거스가 필요해요

필요할 땐 언제라도 불러달라고 했으니

보거스~부르면 언제라도

내 곁에 와주기를 부탁해도 되는 거죠?


중얼거리다가 문득 돌아보니

어머나~보거스가 있어요

그는 내 일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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