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6 편지의 이중창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벚꽃잎 애처로이 흩어진 자리에
초록 잎새들 비죽 고개를 내밀어요
백목련은 이미 지쳐 떨어지고
고귀한 자목련도 넙죽하니 늘어지고
연분홍 진달래는 이울고
연달래라는 철쭉이 꽃봉오리 내미는
봄날 저녁에 듣기 좋은
모차르트의 아리아가 있어요
'파가로의 결혼' 3막에 나오는
'편지의 이중창'을 들으며
고운 봄날이 내게 보내는 꽃편지 한 장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막이 오르기 전에 울려 퍼지는
서곡도 유쾌하고 막장 스토리도 재미난
모차르트의 희극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마술피리' '돈 조반니'와 함께
모차르트 3대 오페라로 불린답니다
모차르트의 간결하고도 밝고
아름답고 우아한 음악이
유쾌하고 재치 있고
익살스러운 오페라죠
제목 그대로
피가로와 수잔나의 결혼 이야기입니다
바람둥이 알마비바 백작이
수잔나에게 흑심을 품자
피가로와 수잔나 그리고 백작부인이 함께
백작의 바람기를 혼내주고 골탕 먹이며
오해 끝 화해를 통해 사랑도 지키고
행복도 끌어안는 해피엔딩이죠
우리 모두 행복하다고 노래하며
유쾌하고 즐거운 행진곡에 맞춰
축제를 향해 달려가자는
피날레까지도 익살스럽고 활기 넘쳐요
3막에 나오는
수잔나와 백작부인 로지나의
소프라노 듀엣 '편지의 이중창'은
감미로운 시냇물이 흐르듯 합니다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불어와'
또는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라는
제목으로 불리기도 하죠
수잔나에게 흑심을 품고 있는
알마비바 백작을 혼내주기 위해
백작부인이 남편을 정원으로 불러내는
가짜 편지를 수잔나가 받아 적는 모습이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포근한 저녁 산들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네요
밤에 정원에서 둘이서만 만나요'
백작부인이 편지 구절을 노래하면
수잔나가 그대로 따라 되풀이하며 노래하죠
돌림노래라도 하듯이
'산들바람이 솔솔 불어온다'라고
백작부인이 노래하면 뒤이어
'산들바람이'를 되풀이하며
수잔나가 따라 노래하는데요
백작부인이 노래할 때는 현악기가
수잔나가 노래할 때는 목관악기가 함께 하며
분위기를 돋운답니다
수잔나는 피가로와 결혼식 중에
편지를 백작에게 전달하고
약속 장소인 정원에는 수잔나 대신
백작부인이 나가서 백작을 골탕 먹이게 되죠
영화 '쇼생크 탈출'의 삽입곡으로 쓰여
앤디(팀 로빈스)가 방송실에 몰래 들어가
LP판으로 노래를 틀어주자 모두 일손을 멈추고
높다란 곳에 매달린 스피커를 바라보며
잠시 동안 멍 때리듯 노래에 몰입하며
자유를 누리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죠
감동적인 장면을 배경으로
레드(모건 프리먼)의 독백이
나지막하게 흘러나옵니다
'난 지금도 그 이탈리아 여자들이
뭐라고 노래했는지 모른다
난 그 노래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가슴 저리게 아름다운 얘기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 노랫소리는 회색 공간의
어느 누구도 감히 꿈꾸지 못한 하늘 위로
높다랗게 솟구쳐 올랐다
마치 한 마리의 아름다운 새가
우리가 갇힌 새장 속으로 날아들어와
한순간에 그 벽을 무너뜨린 것만 같았다
지극히 짧은 한순간
회색 공간 안의 우리 모두는
산들바람 같은 자유를 느꼈다'
현실은 팍팍하지만
봄날의 산들바람은 고요히
포근하고 여유롭게 스쳐 지나가는 이 저녁
모차르트가 보내준 봄날의 편지 한 장
아름다운 '편지의 이중창'을 들으며
산들바람 같은 자유를 느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