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51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면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고장 난 시계는 있어도
거꾸로 가는 시계는 없어요
거꾸로 가는 시계가 있다고 해도
거꾸로 가는 시간은 없죠
그러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갑니다
'인생이란 기회와 사고의 연속으로
아무도 통제할 수 없다'라고
벤자민(브래드 피트)은 말해요
정말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배를 타고 비극의 강을 따라
통제 불능의 시간 속을 흘러가는 것이죠
그러나 영화 속 대사처럼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을 뿐
마지막 도착지는 같아요
태어날 때 이미 주름진 80대 노인의 얼굴인
벤자민을 태운 인생의 강물은 거꾸로 흐르고
벤자민에게는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가혹한 운명이 기다립니다
12살에 60대의 외모를 가지게 된 그가
푸른 눈동자의 6살 소녀 데이지를 만난 후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던 중에
데이지(케이트 블란젯)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치게 되죠
젊어진 벤자민을 보고
조각미남이라고 말하는 데이지는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제발 내 인생에서 사라지라고
독한 말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려요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랑이라는 강물에 빠져들게 됩니다
잔인했으나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는
데이지는 다시 걷는 법을 배우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왜 말이 없냐고 데이지가 묻자
벤자민은 이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다고 해요
그럼요 때로는 말이 필요 없는 것이죠
점점 젊어지는 벤자민과
나이 들어가는 데이지의 모습이 안쓰러워요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는 데이지는
무용학원을 차리고
두 사람의 나이가 어슷비슷해진 모습을
거울 속에서 들여다보며
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벤자민에게
데이지가 임신 사실을 알리자
점점 어려지는 자신의 아빠 노릇을 걱정하는
벤자민의 갈등이 안타깝습니다
봄날 아침 딸 캐롤라인이 태어나자
친구가 아닌 아빠를 찾아주어야 한다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아빠가 있어야 한다며
딸이 기억하기 전에 벤자민은
'나는 떠난다 네가 나를 기억하기 전에'
집을 떠나요
사춘기 딸을 만나러 온
어려진 아빠 벤자민을 데이지가
재혼한 남편과 딸 캐롤라인에게
아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재회 장면도
가슴 먹먹합니다
매년 캐롤라인의 생일날 보내준 축하카드를
딸 캐롤라인은 한참 나중에야
한꺼번에 읽게 됩니다
인도에서 보낸 카드에 적힌 문구가
마음을 울려요
'자랑스러운 인생을 살기 바란다
혹시 그러지 못했다면
용기를 내서 다시 시작하기 바란다'
벤자민은 점점 어려지고
치매에 걸린 소년 벤자민은 데이지에게
한평생 산 기분인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요
아기 벤자민은 데이지의 보살핌을 받다가
데이지의 품에서 작별을 나눕니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듯한
눈으로 날 보았어 그리고는 잠자듯이
눈을 감았단다'
평생 사랑하고 마지막을 책임지는
그 어려운 일을 해 내는 데이지에게
꽃 한 송이 건네고 싶어요
'강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독 번개에 잘 맞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음악에 조예가 깊고
누군가는 셰익스피어를 알고
누군가는 어머니
그리고 누군가는 춤을 춘다'
엔딩 멘트에 이어 흐르는 물결과 시계가
사람이 안고 태어나는 저마다의 시간과
끌어안고 흘러가야 하는 운명 같다는
생각이 들어 숙연해집니다
우리들의 시간이 거꾸로 흐르지 않으니
그것으로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박또박 걸어가는 시간과
계절의 흐름에 감사하며
꽃이 진다고 설워하지도 말고
오늘 하루도 불평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지내기로 합니다
거꾸로 나이 먹지 않음에 감사하며
순간순간을 기쁨으로 살아야죠
때로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
기회일 수 있다는
벤자민의 대사를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