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6 설렘과 기다림
사랑의 즐거움
아파트 울타리에
철쭉 꽃망울이 갸름하게 맺힌 것이
기특하고 사랑스러워서 들여다보며
사진도 한 장 찍어봅니다
진달래는 참꽃
철쭉은 개꽃이라 부르는 것은
진달래꽃은 먹어도 되지만
철쭉꽃은 먹으면 안 된다는 의미라죠
철쭉은 해충을 쫓기 위해 독성 물질이
끈적하니 꽃잎에 묻어 있으니
먹으면 안 되는 거죠
비슷하게 닮은 듯 닮지 않은
진달래와 철쭉은 자매 같아요
꽃말도 비슷합니다
진달래는 '사랑의 기쁨'
철쭉은 '사랑의 즐거움'이래요
한동안 진달래와 철쭉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는데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잎보다 꽃이 먼저 피면 진달래
꽃과 잎이 사이좋게 함께 피면 철쭉인 거죠
철쭉 꽃망울을 들여다보다가
아파트 입구에 서 계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눈에 들어왔어요
자꾸만 시계를 들여다보는 모습이
연인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가득해서
문득 궁금해졌는데요
얼마 후 할아버지의 연인이
철쭉 꽃망울처럼 사랑스럽게 나타났답니다
분홍 책가방을 등에 멘 소녀였어요
설렘과 기다림으로 행복해 보이던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졸랑대며
학교 가는 모습을
웃으며 한참 바라봅니다
할아버지는 근처에 따로 사시면서
아침마다 꼬맹이 손녀 손 잡고
학교까지 배웅하는 담당이신가 봐요
아침햇살 아래 설렘으로 시계를 들여다보며
귀욤 손녀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철쭉의 꽃말 사랑의 즐거움을 닮았습니다
진달래 대신 철쭉
할머니 대신 할아버지라는 생각에
혼자 피식 웃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