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5 부지런한 라일락이 피었어요
커피 친구 꽈배기
계절의 여왕 오월에 핀다는
라일락이 하양에 보랏빛으로
벌써 활짝 피어났어요
참 부지런합니다
거리에는 벌써 반소매에
반바지 차림의 젊은이들이
아이스 음료를 들고 다니는 걸 보며
게으른 나는 이제야 드디어 마침내
겨울옷들을 집어넣습니다
꽈배기 모양 무늬를 넣은
꽈배기 니트를 옷장 안에 갈무리하다 보니
겨울잠이라도 자는 듯 지낸 날들이
문득 떠올라 아쉬운 마음에
겨울옷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커피 한 잔 마시기로 합니다
날은 제법 따뜻해졌어도
나는 여전히 얼죽아 그룹에 끼지 못하고
한결같이 따뜻한 아메리카노입니다
꽈배기 니트 정리하는 기념으로
오늘의 커피 친구는 꽈배기
너로 정했어~
밀가루나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엿가락처럼 길고 가늘게 늘여
두 가닥으로 얌전히 꼬아
기름에 튀겨낸 과자를
꽈배기라고 하죠
사물을 비꼬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꽈배기에 비유하기도 해요
꽈배기처럼 꼬아 만든 엿을
꽈배기엿이라고 하고
대바늘 뜨기에 쓰는
등이 구부러진 바늘을
꽈배기바늘이라고 하죠
달콤하고 쫀득한 찹쌀 꽈배기에는
하얀 설탕 같은 추억이 솔솔 뿌려져 있어요
어릴 적 순둥순둥하면서도
유난히 고집 센 꼬맹이였던 나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금세 토라져
구석진 자리에 몇 시간이든 짱 박힌 채
혼자 말없이 만화책이나 동화책을 읽곤 했는데
딸바보 아버지가 오시기 전까지
엄마는 나를 달래주지 않으셨죠
엄마도 은근 고집쟁이셨거든요
그래도 내게는 라일락처럼 향기롭고
부지런한 할머니가 계셨어요
우리 강아지~ 뭐가 그리 서운해서
혼자서 꽈배기처럼 배배 꼬고 있느냐고
고소하고 쫀득한 꽈배기 하나
슬며시 건네주시던 할머니가
문득 생각나 그립습니다
그렇군요
나도 한때는 울 할머니의
꼬물꼬물 귀여운 강아지였으니
오랜만에 사랑스러운 미소와 함께
꽈배기의 추억에 젖어
커피 한 잔 호로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