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56 나 홀로 벚꽃엔딩

비발디의 봄과 여름 사이

by eunring

봄비 오고 나면 벚꽃 엔딩이라기에

한 걸음 먼저 벚꽃을 만나러 갑니다

우리 동네에도 그 나름 운치 있고

감성 뿜뿜 드러내는 벚꽃길이 있어요


차로 휭 스쳐 지나며

벚꽃 만발한 모습을 눈으로만 보고

바람에 벚꽃비 날리는 순간을

걸어보지 못한 채 봄을 보내기 아쉬워

늦게라도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연분홍 꽃 이파리 떨어져 땅 위를 덮고

얼마 남지 않은 꽃잎들 사이로

비죽 초록잎들이 돋아나는데

그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늦게 벚꽃비 만나러 나온 게으르미를 위해

살랑대며 꽃비를 날려주는 바람에게

고마움의 눈인사를 건네며

상쾌한 기분으로 벚꽃길을 걷습니다


나붓나붓 불어주는 바람도 고맙고

얼마 남지 않은 꽃잎 아끼지 않고

향기로이 흩날려주는 벚나무도 고맙고

꽃잎 다 떨어지기 전에

꽃비 맞으러 나온

내 발걸음도 고맙습니다


나 홀로 벚꽃엔딩이

제법 상쾌하고 기분 좋아서

돌아보면 고맙지 않은 게 없다는

생각에 혼자 웃어봅니다


엔딩은 또 다른 시작입니다

이제 비발디의 여름을 들어야겠어요

사랑과 우정 사이가 아니라

봄과 여름 사이에서 듣는

비발디의 여름이 미리 눈부십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초록의 시간 55 봄날의 감성을 버무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