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60 친구의 생일
셰익스피어를 읽다
산 아래 사는 친구의 생일입니다
내가 가거나 친구가 오거나
중간에서 만나거나
생일밥 먹고 차도 마시고
걷기를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산길을 걷거나 강변이라도 걸으면 좋은데
대신 셰익스피어를 읽습니다
친구는 산 아래 집에서
나는 강가의 집에서
학생 시절 우리의 다락방이던
도서관에서 나란히 앉아 말없이
서로의 꿈에 젖어 읽던 셰익스피어를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깨톡 문자 두드려가며
따로 또 함께 읽습니다
친구는 책 읽던 눈을 들어
창밖으로 가끔 뒷산을 바라보며
커피 대신 차를 마시겠죠
나는 커피 한 모금에
문장 하나 느릿느릿 읽어가며
창밖 너머 아파트들 사이로
은비늘처럼 반짝이는 강물을 내다봅니다
책을 읽는 건지 세월을 읽는 건지 모르겠어서
혼자 피식 웃어보기도 합니다
얼마 전 랜선으로
셰익스피어 강의를
친구와 함께 들었습니다
학생 시절에는 공부가 재미없어
슬며시 002도 치곤 했는데
그러다 4월의 개나리꽃에 맺히는
새하얀 눈꽃처럼 나풀대기도 했었는데
이제 와 새삼 느닷없이 공부라고
깨톡 문자로 웃어가며
셰익스피어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친구의 생일 선물로
셰익스피어를 보냈습니다
생일밥은 각자의 집에서
각자의 취향대로 먹고
생일 축하는
셰익스피어의 사랑으로 대신합니다
'사랑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거지'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헬레나의 대사처럼
우정도 그런 것이죠 우정도 사랑이니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