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66 애수 어린 시간
피아졸라 '오블리비언'
얼마 남지 않은 벚꽃잎 바람에 날려가고
노랑노랑 개나리꽃은 봄비에 하롱하롱~
비에 젖은 봄날이 이울어갑니다
봄날의 꽃들이
그리움 안고 피어났다가
아픔으로 저물어가는데
지우고 싶은 시간들을 위해
봄비에 젖어 흐느끼듯 흐르는
애수 어린 음악의 제목은
'망각'입니다
Oblivion(망각)이라는 제목의 탱고는
피아졸라의 누에보 탱고의 대표곡으로
클래식과 탱고의 조합이 아름다워
서정적이고 애잔한 선율로
사랑받는 곡이랍니다
피아졸라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해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태어난 피아졸라는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재즈와 클래식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죠
클래식과 탱고의 자연스러운 결합으로
탱고가 음악의 한 장르로 인정받게 된 것이랍니다
'피아졸라에게 탱고는 단순한 춤곡이 아닌
삶의 방식이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래요
'Oblivion(망각)'은
마르코 벨로치오 감독의
영화 '엔리코 4세'의 OST인데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이탈리아의 극작가
루이지 피란델로의 희곡을 영화로 만들었대요
애수 어린 선율이 이어지다가
절규라도 하는 듯이 고조된 후
다시 애잔한 분위기로 차분하게 잦아들어
기억을 잃은 한 청년의 비극적인 이야기에
잘 어울리는 음악이랍니다
'엔리코 4세'는 교황과 황제의 권력 다툼이라는 역사적인 사건 카놋사의 굴욕의 주인공
하인리히 4세의 이탈리아식 이름이래요
성직자 임명권을 두고 벌인
힘 겨루기에서 진 하인리히 4세가
카놋사 성에서 교황에게
사흘 동안 용서를 빌었다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엔리코 4세의
의상을 입고 사육제에 참가했다가
말에서 떨어져 기억상실증에 걸린 귀족 청년이
기억을 잃기 전의 분장인 엔리코 4세로 착각하고
자신이 엔리코 4세라는 광기에 사로잡혀 살다가
20년 세월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삶을 되찾게 된다는 '엔리코 4세'는
현대 부조리극의 모태가 되었답니다
인간의 광기를 정교하고 치밀하게 표현해
셰익스피어의 햄릿과도 비견된다고 해요
이 영화의 OST '망각'은
처음부터 영화를 위해 작곡한 것으로
피아졸라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반도네온으로 연주를 했다죠
'피아졸라 예찬'을 녹음한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의 연주로 유명해진 곡이랍니다
아코디언의 일종인 손풍금 악기
반도네온의 우수 어린 애잔한 연주도 좋고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등
다양한 악기로 연주되는데
봄비 내리는 날 듣기에는
고즈넉한 첼로 연주가 좋을 것 같아요
참으로 이상한 것은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갈무리해 두어도
금방 사라지는 기억들이 있는가 하면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슬픔의 기억들도 있어요
잊고 싶은 것들을 하나둘 꺼내
망각의 선율에 실어 보내는
오늘은
비요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