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68 소리가 주는 감동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프라이팬들을 조르르 걸어두었더니
주방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올 때마다
프라이팬들이 조금씩 흔들리다가
서로의 어깨를 부딪치기도 하며
음악을 연주합니다
듣다가 혼자 웃었어요
프라이팬이 들려주는
잘랑잘랑 맑고 투명한 울림이
내 마음을 스치고 지나며
뭔가 속삭이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귀 기울이다 보니 재밌기도 합니다
프라이팬 소리도 음악이 되고
소리가 기분 좋은 음악이 되면
아름다운 감동을 주게 되죠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가 생각납니다
음유시인인 그의 노래와 리라 연주를 들으면
풀과 나무들과 짐승들까지도 감동했다는데요
그리스 신화의 리라는
신화에 등장하는 악기답게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거북 껍데기와
소의 내장으로 만들어
아폴론에게 선물한 악기랍니다
머리에 월계관을 쓴 꽃미남 아폴론이
손에 들고 있는 리라는
모양은 하프와 비슷하지만
구조상으로는 다르다고 해요
아폴론에게 리라를 배운
음유시인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가 죽자
애틋한 노래와 리라 연주로
지하세계의 신들까지 감동시킵니다
오르페우스의 사랑에 감동한 페르세포네에게
아내를 다시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지만
지상에 도착할 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약속을 어기고
뒤를 따르고 있는 아내를 보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답니다
안타깝게도 에우리디케는 다시
하데스의 세계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는
슬픈 이야기죠
아내를 데려오지 못한 슬픔으로
절망에 빠져 지내다 죽은 후에도
주인을 잃은 그의 리라에서는
슬프고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의 사랑을 가엽게 여긴 신들에 의해
아폴론이 선물한 오르페우스의 리라는
하늘의 거문고자리가 되었다죠
주인을 잃고도 음악을 연주하는
하프 모양의 거문고자리는
여름철 밤하늘의 대표 별자리랍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초저녁 북쪽 하늘
은하수 서쪽에서 볼 수 있는
거문고자리의 알파별 베가는
밤하늘에서 네 번째로 밝은 별인데
직녀성으로도 유명하다죠
서양 사람들은 마름모꼴 모양을 보며
하프를 닮은 악기 리라로 생각했고
동양에서는 은하수 곁에서
파란빛을 내며 밝게 반짝이는 별 베가를
직녀성으로 보았다고 해요
바람에 흔들리며 맑게 울어대는
프라이팬 소리를 들으며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생각하다가
여름철 별자리 거문고자리까지
징검징검 건너뛰었어요
창밖은 아직 봄이라고
친구님의 사진 속 튤립이
새초롬이 말을 건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