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71 꽃에 대한 예의
희망과 첫사랑
한참 동안 진달래와 철쭉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다가
아하~ 꽃 먼저 진달래
잎과 꽃 함께 철쭉이라는
소소한 깨달음으로 뿌듯했는데
이제는 철쭉과 영산홍 앞에서
잠시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이름을 제대로 알고 불러주는 것이
꽃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누군가 내 이름을 엉뚱하게 부른다면
그다지 기분 좋지는 않을 것 같아요
진달래는 화전으로 곱게 부쳐
감성 충만하게 먹을 수 있으나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만 즐겨야 하는
철쭉과 영산홍은 먹을 수 없는 꽃이니
진달래와 철쭉은 친구 사이
철쭉과 영산홍은 자매 사이쯤 되겠죠
영산홍은 철쭉의 한 종류랍니다
진달래보다는 늦게 피고
철쭉보다는 조금 먼저
빨강 분홍 보라 하양으로 피어나는데
영산홍 자산홍 백철쭉 산철쭉 등
수백 종으로 화려하게 피어나는 꽃이지만
안타깝게도 향기가 없다는군요
조선의 임금님들이
영산홍을 좋아했다고 해요
연산군은 후원에 일만 그루의
영산홍을 심었다고 하고
인조가 너무나 영산홍 꽃을 좋아해서
정사를 게을리할까 걱정한 중신들이
궁 안에 피어난 영산홍을
일부러 베어내기도 했다는군요
보랏빛 자산홍과 하얗게 피어나는
백철쭉은 한데 어우러져 보기 좋은데
유난히 밝은 진분홍으로
화려하게 돋보이는 대왕철쭉도 있고
연분홍으로 피어나는 산철쭉도 있고
분홍으로 피어나는 석암철쭉도 있답니다
진달래 닮은 꽃이 산에 피면 산철쭉
화단이나 정원에 피면 영산홍이라는
간단한 구별법이 마음에 들어요
산에는 산철쭉 우리 곁에는 영산홍
그렇게 생각하기로 합니다
꽃의 종류가 수백 가지가 넘는다는
화려한 영산홍의 꽃말은
희망과 첫사랑이래요
희망이라 쓰고 첫사랑이라 읽을까요?
첫사랑이라 쓰고 희망이라 읽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