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88 다 그런 거야

철없이 사는 거야

by eunring

다 그런 거야

철없이 나풀대며 사는 거야

힘들지만 웃으며 사는 거야

아프지만 견디며 사는 거지

그러면서 조금씩 철이 드는 거야


다 그럴 거야

철없이 나부끼다가

세월의 바람결에 조금씩 철들어가며

매운 바람결에 눈물도 꾹꾹 눌러 참아가며

삶이라는 냉정함에 길들여지는 거야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돌아보면 씁쓸한 기억들로 아프고

다시 돌아서면 눈앞이 막막해서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다가도

그래도 사는 거야

삶 속에 있으니 웃고 울다가

다시 또 웃으며 살아가는 거야


철들지 않으면 또 어때

철들지 못해도 괜찮지 않니?

생긴 대로 제 멋에 겨워 살아가고

걷다가 힘들면 서성이기도 하고

날아오를 수 없을 땐 쉬어도 가고

휑하니 빈 잔이면 또 어때?

꼭 채워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


바닥이 훤히 보여야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는 거야

하늘 높이 날아오르지 못하더라도

마음은 언제라도 파닥일 수 있는 거지

바람을 기다리다 지치면

내가 바람이 될 수도 있는 거야


슬프지만 슬픈 것도 인생이고

아프지만 아픈 것도 인생이고

고단하고 고달파도 우리 인생이고

쓸쓸하고 적막해도 내 것이니 어쩌겠어


비상을 꿈꾸는 새들이 그려져 있는

빈 찻잔을 들여다보며 생각하곤 해

찻잔에 꼭 무언가가 담기지 않아도

내 마음으로 찰랑해질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의 찻잔이 비어있는 그대로

가만 들여다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마음의 날갯짓으로는

하늘을 날지 못하더라도

한 가닥 마음의 자유가 있다면

내가 바람이 될 수도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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