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57 사랑의 매듭
고르디온의 매듭
다정한 친구님의 사진 속
초록 잎사귀들 사이 붉디붉은 열매가
사랑스러운 마음 같기도 하고
고운 매듭 같기도 합니다
매듭을 짓는 것은 마무리이기도 하고
매듭을 푸는 것은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죠
매듭을 야무지게 묶을 때마다
풀 때를 생각하며 여지를 남겨둡니다
고르디온이라는 도시의 신전 기둥에는
수레의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를 지배하는 왕이 된다는
예언이 전해졌답니다
아무도 풀지 못하는 그 어려운 일을
알렉산더 대왕이 해냈다는군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답니다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을 뽑아
단번에 그 매듭을 싹둑 잘라버렸대요
그날밤 하늘에서 천둥이 울고
번개도 번쩍였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매듭은 실이나 끈 따위를 잡아매어
단단하게 마디를 이룬 것이죠
어떤 일에서 순조롭지 못하고
맺히거나 막힌 부분을 말하기도 하고
일의 순서에 따른 결말을 뜻하기도 합니다
원시사회에서 매듭은
사냥이나 낚시를 할 때나 물건을 나를 때
나무껍질이나 짐승의 가죽을 가늘게 찢어
튼튼하게 여러 겹으로 꼬아서 사용했는데
문자와 숫자의 역할도 하고
갖가지 무늬의 형성으로
원시문화의 기반이 되었답니다
매듭 문화가 특히 발달한 나라는
고대 페루인데 결승문자로
문자와 숫자 알파벳 등을 나타내기도 했다니
사람의 표현 능력은 재미나고 무한합니다
붉은 약속의 매듭과도 같은 열매를 보며
맺을 때도 있고 풀어낼 때도 있는
사랑과 인생의 의미를 잠시 생각해보는
대롱대롱 빨강의 시간입니다
며칠 남지 않은
눈부신 오월의 열매도
사랑스럽고 야무진 매듭으로
곱게 맺어보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