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58 초여름의 크리스마스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에 보면 좋을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영화를
초여름 문턱을 넘으며 보는 것도 괜찮군요
로맨스와 홀리데이는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라도 좋으니까요
LA 호화저택에 사는 아만다(카메론 디아즈)
영국 시골마을 Surrey 의
예쁜 오두막집에 사는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릿)
아름다운 두 여자는 사랑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거주지 교환 사이트에서 만나 2주 동안
서로의 집을 바꿔 연말을 보내기로 합니다
정원에 수영장까지 갖춘
세련되고 호화로운 아만다의 집에서
아이리스는 수영도 하고 영화도 보면서
자동으로 내려지는 암막 커튼 덕분에
기분 좋게 늦잠까지 즐기다가
아만다의 동료 마일스(잭 블랙)와
이웃집 아서 할아버지(엘리 웰리치)와 친해지며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찾아갑니다
'영화에는 주연 여배우가 있고
옆에는 친한 친구들이 있기 마련이죠
당신은 주연 여배우 감이 확실한데
마치 조연인 친구처럼 행동하고 있어요'
은퇴한 시나리오 작가 아서 할아버지의 말씀에
아이리스는 위로와 자신감을 얻게 되고
당당하게 사는 법을 배워갑니다
작고 예쁘고 따뜻한 아이리스의 집에서
음악을 듣고 춤도 추고 책도 읽고
요리도 해 보지만 하루 만에 무료해져서
금방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는 아만다 앞에
아이리스의 오빠 그레엄(주드 로)이 나타나
두 사람 사이에 그린 라이트가 켜집니다
아만다가 열다섯 살 이후
한 번도 울지 않았다고 하자
그레엄이 자신은 울보라고 고백하죠
그동안 만난 어느 여자들보다
더 많이 운다고 말하는 그레엄의
부드러운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어요
잠시 휴가를 왔을 뿐이니
인생 복잡해지는 게 염려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변하고 싶어진
아만다가 그레엄의 집에 찾아갑니다
단추가 조르르조르르 달린
하얀 코트가 예쁘게 어울려요
맙소사~그레엄 혼자가 아니군요
난처해하는 그레엄의 뒤에서
비죽 고개 내밀고
'누구예요 아빠?'라고 묻는
사랑스러운 꼬맹이 소녀 소피가 있어요
꼬맹이 막내 올리비아가 또 있어요
두 딸을 키우는 싱글대디 그레엄이 건네는
핫조코에는 마시멜로가 다섯 개씩 들어있죠
소피와 올리비아의 텐트에 들어가
함께 눕는 아만다도 사랑스러워요
아빠와 두 딸 삼총사가 함께
텐트에 붙인 별을 만들었다고
우리 집에 어른 여자는 처음이라며
아빠의 여자 친구에게 호감 뿜뿜 내뿜는
꼬맹이 소녀들과 함께 행복해 보입니다
아이리스도 즐거운 휴가를 보내죠
"당신이 멜로디라면
좋은 음표만으로 만들었다'는
영화음악 작곡가 마일스의 멘트에
심쿵하지 않을 수 없어요
DVD 대여점에서
영화음악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마일스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데
더스틴 호프만의 깜짝 등장도 재미납니다
나쁜 남자 재스퍼(루퍼스 스웰)에게
거침없이 쏘아붙이는 아만다 멋져요
'넌 한 번도 제대로 날 대접한 적이 없었어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는 그게 내 잘못인 듯
내가 오해한 것처럼 행동했지
내가 널 너무 사랑한 대가로
그동안 나 자신을 벌주고 있었던 거야
이 말을 꼭 해야겠어 이제 끝이야
기적처럼 모든 감정이 사라졌어
난 새 출발을 할 거고
자신감 있게 사는 법을 깨달았어'
유쾌 상쾌 통쾌합니다
아이리스가 자신감을 되찾고
좋은 남자와 새로운 사랑을 만나듯이
아만다도 진지한 사랑과
잃었던 눈물을 되찾게 되죠
아만다와 그레엄
아이리스와 마일스
네 사람이 함께 만나
행복한 새해 전날을 보내는
해피 엔딩이 흐뭇하고 기분 좋아요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한겨울에
다시 보아도 기분 좋을
'로맨틱 홀리데이' 영화 속 대사가
아만다의 코트에 달린 단추처럼
조르르조르르 생각납니다
'사랑에 관해 쓰인 글들의
거의 대부분이 진실이라는 걸 알았어요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했죠
여행의 종착역이 바로 사랑이라고
그는 이런 말도 했어요
사랑하면 눈이 멀게 된다고'
오월의 정원에 아름답게 피어난
장미들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것도
사랑에 눈이 멀게 되는 거라면
이 역시 초여름의 '로맨틱 홀리데이'라며
혼자 웃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