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76 비의 꽃 여름꽃

수국의 변심은 무죄

by eunring

아침마다 습관처럼

커피 한 잔 사러가는 길

수국과 눈인사 나누는 일이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하양이다가 노랑이다가

초록 머금은 연두이기도 하다가

하늘을 우러러 파랑이 되기도 하고

아가씨의 마음 안은 분홍이 되기도 하고

그러다 얼굴 붉히듯 진분홍이 되었다가

신비로운 보랏빛으로 영글어가는 수국은

물의 꽃이고 비의 꽃이고 여름의 꽃이죠


유난히 마음에 안겨드는 푸른 수국이

엔드리스 섬머 줄여서 앤섬이라는군요

끝나지 않는 여름이라는 이름처럼

늦은 봄부터 늦가을까지 피어난답니다

추위에도 강하고 토양에 따라

꽃색을 바꿀 수도 있다니 신기합니다


살기 위해 얼굴빛을 바꾸는 수국은

빛깔이 여럿이듯 이름도 여럿입니다

꽃의 색이 변하는 꽃이라서

팔선화(八仙花) 칠변화(七變花)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죠


중국에서는 비단으로 수놓은 공이라는 뜻의

수구화(繡球花)라 부르기도 하고

시인 백거이는 보랏빛 태양의 꽃이라고

자양화(紫陽花)라 불렀다고 합니다


노랑이 감도는 흰색이다가

파랑으로 물들고 붉은빛이 더해져

보랏빛으로 꽃의 색이 변하는 것은

토양의 성분 때문이랍니다


같은 종류의 수국이라도

뿌리를 내린 토양의 성분이

강한 산성일 때는 파란빛을

염기성일 때는 붉은빛을

중성일 때는 하얀빛을 낸다고 해요


한 뿌리에서 피어난 꽃이라도

가지마다 빛깔이 조금씩 다르고

피어나는 시기에 따라서도 다르답니다

수국 주위에 명반운 묻으면

푸른 수국을 볼 수 있다니 신기하죠


연하고 부드러운

파스텔 블루의 꽃송이가

연한 파랑 스카이 블루가 되었다가

환상적인 인디언 블루가 될 수도 있고

멋지고 강하고 어두운

프러시안 블루가 될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수국의 변심은 무죄입니다


수국이 살기 위해

얼굴빛을 바꾸는 것을 뉘라서 탓하겠어요

사람의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 번~

얼굴빛 하나 바꾸지 않고 수시로 달라지는

변덕스러운 사람 마음에 비하면

수국은 오히려 솔직 담백합니다


마음을 바꾸는 게 아니라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기 위해

빛깔이 물들어가는 것이니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초록의 시간 175 좋아한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