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77 전람회의 그림을 듣다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공연장이나 전람회에 가본 지도
한참 오래되어
문득 그립고 새삼 아쉽지만
발로 가지 못하면
마음으로라도 함께 해야죠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들으며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는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 중의 1인인데요
'무소르그스키는 흉내 낼 수 없다
아무도 그처럼 작곡할 수 없다'라고
아인슈타인이 말했듯이
매우 독창적인 작곡가랍니다
예술적 교감과 우정을 함께 나누던
친구의 그림에서 받은 영감을
음악으로 그려낸 작품이
'전람회의 그림'이래요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이고
화가였던 절친 빅토르 하르트만이
먼저 세상을 떠난 후
추모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전시된 그림 10점에서 받은 영감을
음악으로 묘사했답니다
그림과 그림 사이를 걸어가는 산책의 시간
'걸음을 옮김(promenade)'의 간주곡은
차분한 리듬이 마음을 울립니다
걸음걸음 친구를 추억하는
1곡 프롬나드(산책)는
전람회에서 걸어 다니는 모습으로
곡과 곡 사이사이에 나옵니다
5곡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발레'는
하르트만이 발레의 어느 한 장면을 위해
고안한 장식 디자인이라는데요
불규칙하게 통통 튀는 리듬을 타고
뒤뚱뒤뚱 귀여운 햇병아리들의 모습이 떠올라
살며시 웃게 된답니다
10곡 '키예프의 대문'은
키예프 시의 대문을 위한 디자인 스케치를
슬라브의 기상이 드러나는 문을 그린 그림처럼 힘차고 웅장하게 표현했다는데
전곡을 마무리하며 위풍당당하게 울려 퍼져요
광고나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자주 쓰여
귀에 익은 음악입니다
중간에 프롬나드가 삽입되어
대문을 지나는 모습이 떠오르게 된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저기 저 산에 묻고
자식이 먼저 가면 가슴에 묻는다는데
무소르그스키는 먼저 간 친구를
음악의 위로로 덮어주었네요
친구를 그리는 음악으로
자신의 슬픔도 다독여주었을 테죠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듣다 보면
변하고 흩어지고 사라지는 것이
삶이고 인생이지만
슬픔과 덧없음을 덮어주고
사라짐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있으니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