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78 내가 나에게 준비한 선물

빌라 로보스 '브라질풍의 바흐 제5번'

by eunring

오마주라는 말이 있어요

'경의 존경 감사'를 뜻하는 프랑스어죠

영화를 촬영할 때

어느 감독이나 작가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그 감독이나 작가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거나 모방하는 건데요


음악에서도 존경하는 바흐에 대한 오마주로

빌라 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가 있답니다

브라질의 민속음악과 정서를

바흐의 음악어법인 대위법으로 풀어낸

'브라질풍의 바흐'는 9곡으로 이루어집니다


제5번이 특히 매력적인 작품인데요

첫 번째 곡이 '아리아 (칸탈레나)'

소프라노 1인과 8대의 첼로를 위한 작품으로

서정적인 선율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소프라노가 처음 시작할 때는

가사 없는 보칼리제 형식에

첼로의 화음이 어우러지다가

중간에서부터 가사로 노래하는데요

선율과 함께 가사도 은은하게 아름다워요


'해가 질 무렵 장밋빛 구름이 꿈꾸듯

느리고 아름답게 흐를 때

아리따운 소녀가

자신을 위해 준비한 선물처럼

감미로운 표정으로 살포시 떠오른 달님

슬픔으로 침묵하는 새들이

바다에 드리우는 소리 없는 노래를

바다는 다정히 안아주네

깨어나 빛나는 달빛은 부드럽게

지난 시간 속의 그리움을 깨우고

장밋빛 구름이 꿈꾸듯 느릿느릿

초저녁 하늘 위를 흐르는

감미로운 이 저녁'


가사로 노래한 후에는

처음보다 더 작은 소리로 소곤거리듯이

애잔한 허밍으로 잦아듭니다

해가 길어지는 여름날 듣기 좋은 아리아죠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처럼 들어봅니다


브라질의 근대 작곡가

에이트로 빌라 로보스는

어릴 적부터 첼로와 클라리넷을 배우고

피아노와 기타에도 재능이 뛰어났답니다

독학으로 서양 작곡가들의 작품을 공부했는데

특히 바흐를 가장 존경했다는군요


바흐의 대위법 음악을

활기찬 브라질 민요의 선율과

씨줄 날줄을 엮듯이 곱고 섬세하게 엮은

'브라질풍의 바흐' 제5번의 아리아는

초원사진관이 떠오르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슬픔을 안고 흐르던 음악이기도 합니다


여름날 저녁해가 느릿하게 기우는 시간

부드러운 구름 사이로 고개 내미는

초저녁 달님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도

이어서 듣고 싶은

나른한 여름날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초록의 시간 177 전람회의 그림을 듣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