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42 모든 사람은 섬이다

영화 '어바웃 어 보이'

by eunring

'모든 사람은 섬이다

나는 그 말에 공감한다

그러나 섬이라고 해도

줄지어 늘어선 섬들은 연결이 되어 있다

바다 밑에서 서로가 이어져 있다'


영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

윌(휴 그랜트)이 날리는 명대사입니다

모든 사람이 섬이라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그 말이 또한 위로가 되는 이유는

귀여운 소년 마커스(니콜라스 홀트) 덕분이죠


윌의 말에 덧붙여

'그 누구도 섬이 아니'라는 말을

엔딩 멘트로 날리며

사랑스러운 마침표를 찍거든요


영화 '어바웃 어 보이'의 시작에서

'그 누구도 섬이 아니다

이렇게 말한 사람은?

존 던/ 존 밀튼/ 존 F 케네디/ 존 본 조비'

TV 퀴즈쇼를 보며 윌은 이렇게 말했었죠

'정답은 존 본 조비 너무 쉽잖아

그런데 그거 다 헛소리

내 생각에 모든 사람은 섬이거든'


그렇게 생각했던 그가

영화의 마무리에 가서는

모든 사람이 여전히 섬이지만

그 누구도 혼자만의 섬이 아니라고

훈훈하게 마무리하거든요


'어바웃 어 보이'는

철부지 남자 윌과 어른 같은 소년 마커스

외로운 어른이와 외로운 소년이 만나

각자 섬이었다가 연결된 섬이 되어

함께 부대끼고 더불어 성장하는

잔잔하고 훈훈하고 기분 좋은 영화죠


윌은 유산으로 받은 아버지의 저작권료로

직업도 없이 타인과 깊은 관계도 맺지 않고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며 가볍게 살아갑니다

'No man is an island'라는 말을 비웃으며

혼자 살아가는 독신남이죠


그러다 싱글맘과의 연애에 마음이 끌리고

아이도 없으면서 한부모 모임에 갔다가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마커스를 만나게 됩니다


우울증으로 자살 소동을 벌인

마커스의 엄마 피오나(토니 콜렛)

어쩌다 윌이 구하게 되고

엄마와 자신 둘만으로 살아가기에는

힘든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마커스는

윌과 엄마를 만나게 해 주고 싶어 합니다

'적어도 세 명 이상이 필요해'라면서

엄마를 돌보아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깜찍한 생각을 한 거죠


스스로 가벼운 사람이라며

혼자인 게 편했던 윌은 마커스가 귀찮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마커스에게 끌려들어 갑니다

더구나 마커스가 따돌림을 당하는 걸 알게 되자

서툰 아빠 노릇까지 하게 됩니다


'엄마의 행복을 위해 네가 할 일은 없어

엄마 스스로 해결해야 해

너 자신이 행복해지는 게 중요해

행복을 주는 사람이 있으면

불행을 주는 사람도 있어'


사람을 도우려면

진심이 있어야 한다는

명대사도 거침없이 날려가며

마커스와 함께 성숙하는 윌 칭찬해요


엄마랑 둘 만 있다가

사람들이 많아져서 좋다는

소년 마커스의 흐뭇한 표정처럼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니 다행입니다


힘든 세상을 살아가려면

여분의 사람들이 필요하고

여분의 사람들이 생겨 좋다는

마커스의 엔딩 멘트가 사랑스러워요

'인간은 섬이 아니다

본 조비의 말이라고 윌 아저씨가 그랬다'며

웃는 바가지 머리 소년 마커스

귀여움 한도 초과~


'They say that no man is an island'

혼자인 사람은 없다고 사람들은 말하지~

본 조비의 '산타페'라는 노래에 인용된 문구는

존 던의 기도문에서 가져온 거죠

'사람은 누구든 섬이 아니라

제각기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한 부분'


"마음의 문이란 건

한 사람에게 열리고 나면

다른 사람도 들락날락거릴 수 있게 된다'는

윌의 말을 떠올리면

사르르 기분이 좋아져요

모든 사람은 섬이지만

그 누구도 외딴섬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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