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46 세상의 모든 친구에게
영화 '연을 쫓는 아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영화를 보며 뭉클했던 생각이 납니다
오래전에 본 영화라 기억이 아스라한데
민둥산에 지그재그로 그려진 길을 따라
친구의 집을 찾아가던 소년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연을 날리는 부잣집 도련님 아미르와
떨어진 연을 줍기 위해 쫓아가는
하인 알리의 아들 핫산
아미르와 핫산 두 소년의 모습에
내 친구의 집을 찾아가던
소년의 모습이 겹쳐 떠오릅니다
'이겼다 또 이겼다'
꼬리를 흔들며 바람을 타고
높이 날아오르는 연들의 모습이 신나고
연줄과 밀당을 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진지합니다
'브라보 아미르'를 외치며
땅에 떨어진 연을 주우러 뛰어가면서
'널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할 거야'라는
핫산의 눈망울이 또랑해서 애틋해요
널 위해서라면~
친구 사이에 진심을 건네는 말 한마디죠
아미르 널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땅에 떨어진 연을 주으러 가겠다는
소년 핫산의 우정을 아미르는 외면합니다
빨간 옷을 입은 하산을 찾아 나선 아미르는
아미르의 우승 연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큰 애들에게 붙잡혀 폭행을 당하는
핫산을 외면하고 돌아서죠
'아미르에게 넌 애완동물일 뿐'이라는
큰 애들을 향해 친구라고 외치는 핫산을
몰래 지켜보다 도망치는 아미르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해요
어리고 철없는 겁쟁이 도련님이니까요
눈물범벅으로 연을 찾아들고 오는
핫산이 안쓰러워 마음 아프고
연날리기 대회 우승에 대한
아빠 바바의 폭풍 칭찬에도
어두운 표정의 아미르가 안타깝고
핫산이 잠만 잔다고 핫산의 아빠 알리가
이유를 묻지만 모른다는 아미르가 야속합니다
핫산에게는 아미르가 친구였으나
아미르에게는 친구가 아니었을까요?
핫산이랑 왜 안 노느냐고 물으며
아빠 바바가 아미르에게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은 없으니
빨리 해결하라고 하는 말은
아마도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을지도 몰라요
핫산에 대한 마음의 빚을 슬며시
아들 아미르에게 떠넘긴 것일지도 모르죠
글쓰기가 취미인 아미르가 쓰는
재미난 글을 읽기 위해
글공부를 하는 핫산에게
아미르는 사과하는 대신 느닷없이
석류를 집어던집니다
부질없다며 이제 글 안 쓴다는 아미르는
석류를 던지며 핫산에게도 던지라고 해요
'넌 겁쟁이야'라는 말속에
핫산에 대한 아미르의 애정과
미안한 마음이 숨어 있죠
곁에서 늘 자신을 지켜준 핫산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으로 범벅이 된
아미르가 핫산에게 집어던진 석류는
바로 자기 자신을 향해 던진 것이고
겁쟁이라는 말 역시 자신에게 던진
붉디붉은 석류 한 알인 셈입니다
그러나 핫산은
석류를 아미르에게 던지는 대신
집어 들어 제 얼굴에 박박 문질러요
석류즙으로 붉게 물드는 핫산의 얼굴이
깊숙한 슬픔으로 얼룩져 보입니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우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고
서로 달랐던 것이죠
아미르의 아빠 바바는
핫산의 아빠 알리와 함께 자라고
40년 함께 지냈지만 그들도 역시
진정한 친구는 되지 못했나 봐요
아미르가 핫산에게 억울한 도둑 누명을 씌워도
바바는 괜찮다며 용서했으나 알리는 떠납니다
이제 더 이상 하인이 아니니
주인어른이 허락하실 일이 아니라는
알리의 모습이 단호박입니다
핫산은 아빠 알리와 함께 떠나고
그 이후 아미르와 아빠 바바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파키스탄으로 떠났다가
다시 미국으로 망명을 하고
아미르는 작가가 됩니다
그 사이 종교 갈등과 전쟁과
사회적인 문제와 변화 등이 쌓이고
아미르와 핫산도 각자 인생의 길을 걸어요
아빠가 돌아가신 후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파키스탄으로 떠난 아미르는
어릴 적 자신의 꿈을 응원해주던
라힘 칸 아저씨로부터
이젠 연싸움도 못한다는 카불 소식과 함께
핫산이 아미르네 집을 지키다가
부인과 함께 죽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고아가 된 핫산의 아들 소랍은
카불의 고아원으로 보내졌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듣게 되죠
핫산이 죽기 전에 아미르에게 남긴
편지를 전하며 카불에 가보라는 칸 아저씨는
아미르에게 글 쓰는 사람이니
직접 가서 느껴보라고 해요
하인 알리의 아들 핫산이
사실은 아미르의 이복동생이고
소랍이 조카라는 사실도 덧붙입니다
아미르는 핫산의 편지를 읽어요
어릴 적에 아미르의 글을 읽기 위해
글자공부를 하던 핫산이 이제는
아미르의 책을 읽기 위해 영어를 배우는데
어렵지만 언젠가 아미르의 글을 읽고 싶다며
아들 소랍이 자유롭고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아빠로서의 소망을 덧붙이는 편지에는
핫산 가족의 사진도 함께 들어있어요
핫산은 여전히 아미르의 친구로
아미르를 지켜보고 있었던 거죠
카불의 고아원에서 소랍을 찾는 과정은
어둡고 칙칙하니 건너뜁니다
핫산의 가족사진을 보며
하자라족 꼬마를 찾으러 가냐고
핫산이 친구였느냐는 동행의 물음에
아미르는 망설이지 않고
동생이라고 대답합니다
아미르는 이제 더 이상 겁쟁이가 아니죠
어릴 적 친구였으나 지켜주지 못했던
핫산에게 용서를 빌고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용기를 내 소랍을 찾아 나섭니다
우여곡절 끝에 소랍을 미국으로 데려온
아미르가 소랍과 함께 연을 날리며 말해요
'너네 아빠가 카불에서
땅에 떨어지는 연을 제일 잘 쫓는 아이였어
하늘을 바라보지도 않고 뛰어가는 핫산을
사람들은 연의 그림자를 보며
쫓아간다고 했지만 그게 아니었어
핫산은 낙하지점을 이미 알고 있었거든'
핫산의 아들 소랍도 연을 잘 날려요
연싸움을 걸어오는 상대에게
아미르가 한 수 가르쳐주자며 핫산의 비법인
오르락내리락 전법을 소랍에게 전수해줍니다
오래전 핫산이 그랬듯이
'널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주워다 줄게'라고
아미르가 소랍에게 말하는 장면이
뭉클해요
친구 핫산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아픔에서 비로소 벗어나
연을 쫓아 화면 밖으로 뛰어나가는 아미르와
화면에 천천히 드러나는 소랍의 모습으로
쓸쓸하면서도 흐뭇한 엔딩과 함께
덥석 감동을 안기는 영화
'연을 쫓는 아이'
핫산의 아들 소랍이
아미르 곁에서 행복하기를
핫산이 늘 아미르를 지켜주었듯이
아미르가 조카 소랍을 위해
천 번이라도 연을 주워다 주기를
그리하여 그의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핫산이 저 하늘에서 해맑게 웃으며
말없이 지켜주기를~